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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날을 믿는 마음으로
「다가오는 날을 믿는 마음으로」
[글쓴이의 말]
뭐 하나 제대로 해 본 적 없는 사람이 쓴 반성문과도 같은 글.
이제 무언가 제대로 해 보겠다는 의지가 담긴 글.
2003년생, 약 23년을 살아보며,
아, 쉬운 삶은 없구나.
아, 그냥 얻어지는 건 없구나.
아, 이제 정말 내 삶이구나.
이제라도 깨달아서 다행이에요.
좋은 어른들을 조금씩 닮아갈래요.
[프롤로그]
저는 행운이 쉽게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게는 행운이 쉽게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어쩌면 더 큰 행운이 왔으면 하는 욕심쟁이 같은 말이기도 해요.
수많은 평범한 하루들이 쌓여서
극적인 행운이 왔으면 좋겠다는 말이에요.
제게 어떤 것이 행운일까요?
어떤 것이 제게 행운일까요?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행운은 좋은 거니까.
제게도 꼭 오길요,
언젠가 꼭 한 번쯤!
[거짓! 거짓! 거짓!]
저는 뭐든지 1등 하는 어린이가 되고 싶었어요.
체육대회에는 달리기 1등.
과학의 날에는 물로켓 1등.
환경의 날에는 표어 대회 1등.
어린이날에는 그리기 대회 1등.
뭐를 그렇게 꼭 1등 하고 싶었는지, 지금의 저는 이해할 수 없어요.
그런데 보시면 아시겠지만 제가 대부분 1등을 해 온 것들은,
예체능이에요.
엄마가 보관해 두신 초등학생 시절 상장을 보면 죄다 예체능에 관련된 것들이에요.
이 말인즉슨, 공부는 잘하지 못했다는 말이에요.
똑똑한 아이는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이것까지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하루는 명절 때 사촌이 들고 온 퍼즐의 답을 힐끔 보며 풀었어요.
머리 쓰는 퍼즐 게임 있잖아요.
그걸 잘해서 칭찬받는 게 부러웠나 봐요.
그래서 따라 했어요.
어머니가 이 모습을 보시곤 ‘솔직함’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던 것이 어렴풋이 생각나요.
왜 그랬을까요?
왜 남의 노력을 훔쳤을까요?
이때는 어렸으니까,
라고 생각하기에는, 이게 저의 본성이었던 것 같아요.
최대한 쉽게 살고 싶은 것이요.
돌아보면 부끄러운 것이 참 많은 유년 시절이에요.
[마주한 외로움]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때.
가진 모든 본성이 다 드러나는 것 같아요.
중학생 시절, 딱히 친구라 할 만한 애가 없었어요.
여러 매체에서는 학창 시절의 친구를 평생을 동반자라며 저를 겁줬어요.
이런 마음은 처음이었어요.
어떻게 덮을까.
열심히 이 감정을 마주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그런데 돌이켜 보면 혼자라는 사실이 왜 저를 힘들게 했는지 모르겠어요.
지금의 저는 혼자 무언갈하는 것을 더 좋아하거든요.
아무래도 사춘기 시절이니까 그랬을까요?
[애매한 사람]
고등학생이 된 저는 제법 잘 적응했어요.
외로움에서도 벗어났고요,
좋은 언니들, 좋은 친구들이 생겼어요.
그저 너무 행복했어요.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생겼어요.
원래 하나가 해결되면 또 다른 어려움에 직면하는 법이잖아요.
성적이 참 애매했어요.
4등급, 3등급, 2등급이 골고루 섞여 이룬
환장의 조합.
공부를 다짐하는 일은 참 어려웠고 그대로 유지된 성적으로,
쓸 수 있는 대학의 라인은 뻔했어요.
인서울 대학 두 곳에 면접 보고 온 것만으로도 기적이었죠.
또 하고 싶은 건 왜 이렇게 많았는지요.
(사실 지금 돌이켜 보면 멋있어 보이는 것이 많았던 것.)
고민 끝에,
수많은 전공 중 취미로 할 수 없을 것 같아 공학 계열을 선택했어요.
대학 진학 후, 상황은 점점 더 애매해져 갔어요.
어떻게든 공학에 흥미를 느껴보려,
잔뜩 좋아하는 척 로봇 설계 경진대회를 나가고 연구실도 들어갔어요.
좋아하려고 하니 좋아지는 것 같고,
그렇게 방향 없는 3년을 보냈어요.
물론 공학을 좋아하려던 시기에는 나름 방향이 있어 보였지만,
돌아보면 결코 아니었어요.
다행히 저는 창업 사업단에 들어갔고,
아이템 구상, 시장 조사, 차별성 분석 등의 경험을 했어요.
작은 경험이지만 적성에 맞다고 느꼈어요.
하지만 이 느낌만으로 진로를 결정하기에는 섣부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항상 얕은 것들에 끌려왔고, 뭐든 시작만 하고 끝내버렸으니까요.
그런데 이 모든 여정을 돌아본 지금, 이 직감이 맞다고 확신할 수 있어요.
전공과 무관한 자격증 공부를 이어왔고,
전공과 무관한 직무의 인턴 공고에 지원했어요.
운 좋게 면접도 봤고요.
전공자가 아니라 실무 경험이 절실하여 면접이 더 간절했어요.
물론, 면접관들의 뾰족한 질문에 부족함이 많이 보이긴 했지만요.
이제 시작인데 자꾸만 이 생각에 머뭇대요.
아, 애매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사실은, 처음으로 진심이 담긴 노력의 여정을 시작했다는 것이에요.
어쩌면 나름 많은 경험을 한 이후라 그중 가장 확신이 가는 방향을 선택한 것 같아요.
이번 인턴 지원이 제게는 작은 빗방울 같아요.
가랑비에 옷이 젖듯, 새로 정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거든요.
막막하기도 한데, 산뜻한 느낌이 동시에 들어요.
새로운 삶이 시작된 것 같달까요?
제게 어떤 것이 행운일까요?
어떤 것이 제게 행운일까요?
앞서 던진 두 질문의 답을 이제는 알 것 같아요.
우선 제게 아직 행운은 오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 모든 일들을 이야기로 회귀할 수 있는 것,
사소한 일에도 배움을 느낀 것,
다양한 나의 모습으로 살아본 것,
고통스럽게 고민을 이어 갔던 것,
그래서 결국 방향을 찾은 오늘과 앞으로 셀 수 없는 순간들이 쌓이고 쌓여,
행운 가득한 내가 될 수 있으리란
믿음이 생겼어요.
[에필로그]
곧 행운을 경험하게 될 거예요.
내가 만든 순간을 경험하게 될 거예요.
우리는 언젠가 꼭 행운을 경험하게 될 거예요.
정말 대단한 사실은,
그 순간을 우리가 만들었다는 사실일 거예요.
그리고 또 하나 재밌는 사실은,
예전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우린 같은 선택을 할 것이라는 거예요.
그 순간이 오기까지
쉽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그만큼 좋을 거예요.
온갖 서투름이 모여 만들어낼
행운이라는 거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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