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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착지

어찌어찌 매일 써냈습니다.

하루는 연이은 업무와 선약으로 23시가 돼서야 미션을 확인했습니다. 타이머 30분. 촤르륵 쓰고 일단 제출해 버린 적이 꽤 됩니다. 원고지 1장이라곤 하나 잘 쓰고픈 욕심. 하트와 북마크의 압박. 다음 날 제출하고 나면 전날 쓴 글에 왜 하트가 있고 상단에 표출되는지 희한했어요.

또 하루는 모각데이로 해 카페에 아침부터 해질 때까지 앉아있었습니다. 안 써지더라고요. 시간이 많다고 잘 써지는 건 아니었습니다. 모아둔 글 수집 폴더, 밑줄 쳐진 책, 영감 노트를 훑고 좋은 표현은 제 것인 양 베껴 쓰려고도 해 봤습니다. 덜 만족스럽고서야 느꼈습니다. 시간 많다고 잘 써지지 않는다는 걸요.

도대체 이유를 모르겠더라고요 시간이 많으면 응당 많이, 잘, 좋은 글이 써져야 하는 게 이치인데! 크리스가 강조한 솔직함. 빨리 쓰기 위해선 ‘내’ 이야기여야 했어요. 꾸밀 필요가 없기 때문에요. 반대로 말하면 좋은 문구를 베껴 그게 강조되기 위해 글 쓰려니 도무지 써지지 않는 건 당연했어요. 이걸 시간 지나서야 알다니!
제 이야기를 쓴다는 건, 제가 겪고 생각한 경험을 들추는 행위인데. 그걸 내놓을 수 있을까 하니 그건 또 다른 용기가 필요하더라고요. ‘이거 너무 솔직한데, 아무한테 말한 적 없는데. 혹시 당사자가 알면 어떡해?’ 익명에 숨어 ’제 이야기‘하니 엄청 후련했습니다. 글에 애착이 생기고요.

이번 모각 참여 이유는, 내 글이 남에게 보인다는 그 자체. 딱 하나였습니다. 익명 여부와 무관하게 누군가에게 글이 읽힌다는 그 자체만으로 제 목표는 매일 달성된 겁니다.
태어나서 제가 쓴 글이 세상에 나온 적 없습니다. 친구들한테 수시로 글 쓴다고 하면서 한 번도, 한 문장도 보여준 적 없습니다. 그렇게 부끄러우면서 무슨 글 쓴다고 할 수 있는지 스스로 자존심 상했거든요.

매일 쓰면 나아진다기보단 깨닫는 게 느껴지네요. 마음속으로 내일을 모각 22 day, 23 day... 이어서 써나가려고요! 여기저기 흩어진 제 이야기를 이젠 글로 다 모아봐야겠습니다. 솔직하게 적어도 된다는 용기를 얻었거든요. 이야기를 들려주신 여러분들, 크리스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 앗! 글을 제출하고 나서는 주제와 참고용 글 링크를 보고 싶어도 방법이 없더라구요. 단 한가지 아쉬운 점이었어요. 수정 버튼과 댓글창 없는 것, 글자수 체킹, 달성률 체킹, 이전 시즌 글도 볼 수 있는 것을 포함한 모든 게 만족스러웠어요. 오프라인 만남도요!
(6.1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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