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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착지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가 되었다. 나는 내가 글을 쓰는 걸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그건 착각이었다. 매일 쓰니 진절머리가 나고 토악질이 날 것 같았다. 세상마상. 특히 오늘까지 해서 3일 간 컨디션이 최악을 찍었는데 그럼에도 써야한다는 사실이 정말 미치는 줄 알았다. 거기에 어제는 댓글까지.. 말잇못.
내가 도덕적 자아가 굉장히 높은 사람이라 꾸역꾸역 했을지도 모르겠다. 어찌 보면 이것도 자신과의 약속인데 안 해도 그만 이었을 텐데 싶기도 하다. 무언가를 매일 한다는 게 이렇게 괴로운 일이다. 하긴, 돌아보니 논문 할 때도 그랬지 싶어서 새삼스럽지는 않다.
다른 사람들이 나의 글을 읽고 공감이든 뭐든 피드백을 해주는 게 좋았다. 반대로 나도 다른 사람의 글을 읽고 때로는 공감 하고 때로는 나의 세계를 확장할 수 있어 좋았다. 하나의 글감이 주어져도 수십 개의 다른 글이 나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다른 글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비록 마감에 쫓겨 호로록 내고 자기 바빠서 다른 사람들의 글을 제대로 못 읽은 날도 많았지만 말이다.
생각을 깊게 하게 만드는 글감도 있었고, 어떻게 엮을지 어려워 마감 때까지 미치고 팔짝 뛰는 글감도 있었다. 이건 모두 다양한 주제를 잘 접하지 못했던 나의 불찰인 듯하다. 앞으로도 관심 없고 자신 없는 주제들도 일부러 접해보고 애써보는 기회를 가져야할 것 같다.
무엇보다.. 21일간 일하고 육아하고 집안일하면서 꾸역꾸역 어찌되었든 써내려간 나 자신에게 칭찬해주고 싶다. 모르겠고 누가 뭐라 하든 잘했다 잘했어. 그리고 21일 간 병상에서 잘 버텨준 아버지에게도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 아빠, 덕분에 하루도 안 빠지고 글 썼어요. 고마워요.
마지막으로 이건 그냥 개인적인 의견이다. 다음 시즌에서 모각글 홈페이지 개발자 분이 힘드시지 않다면 작성자만 볼 수 있는 댓글에 답글을 남기는 기능도 생기면 좋겠다. 그럼 답글 남긴 사람이 특정되어서 좀 그런가..? 답글을 꼭 남기고 싶은 댓글이 몇몇 있었는데 읽기만 하고 어떻게 회신을 못해서 아쉬웠다. 아니면 하트라도 누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잘은 모르지만 유락의 주인이시자 모각글의 호스트로 알고 있는 크리스님 혹은 성질이 드러운 코끼리님. 21일 간 저희 머리 끄댕이 잡고 달리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덕분에 좋은 경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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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막힌 코 뻥뻥 뚫는 법 아시는 분 있으면 공유 좀 해주십시오. 참고로 약 못 먹는 임산부입니다. 하하하. 다들 여름에도 찾아오고야 마는 지독한 감기 조심하시고 항상 건강하세요.

(6.2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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