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정하기
종착지
처음이라 요령이 없던, 처음의 처음을 봅니다.
서툰 글들이 유난히 순수하게 보입니다.
첫날, 다른 분들의 글을 읽고는 그 수준이 제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높아 잔뜩 주눅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매일 주어지는 미션을 수행하면서, 어떤 날엔 저의 글이 베스트 픽에 오르고 좋은 피드백도 받았습니다.
그때 말렸던 어깨가 조금 펴지는 것도 같았습니다.
잠시 붕 뜬 마음으로, 작가의 삶을 상상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처음의 마지막을 봅니다.
더 좋은 글을 써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싶다는 첫날의 욕심이 무색해집니다.
점차 순수함이 노련함으로 다듬어지겠지요. 글로 요령을 부릴 줄 알게 되겠지요.
웃음거리가 될, 때 이른 걱정임을 알면서도, 벌써 그 변화가 아쉽고 또 조금은 두렵습니다.
지금도 이 글을 막힘없이 써 내려가고 있는 제 모습이, 불과 3주 전의 저와는 많이 다르다 느껴져서 더 그렇습니다.
성장의 기회 앞에서 겁부터 내는 저는, 여전히 부족하고 배울 것이 많은 사람이라는 걸 다시금 깨닫습니다.
초심자의 행운이었겠지요.
제 글을 읽어주시고 좋은 반응을 남겨주신 분들께 감사함을 느낍니다.
또한, 다른 분들의 멋진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글쓰기 방법을 체득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부족한 실력임에도 감히 다른 분들의 글을 퇴고하고, 감상하고, 피드백을 남겨 본 경험 역시 영광이었습니다. 그 덕에 스스로 성장한 것을 느낍니다.
아, 몇 없는 제 안의 이야기들을 다 소진해 버려서 이제는 글을 못 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 털어낸 제 모습은, 마치 땔감 없이 겨울 난방을 걱정하는 사람 같습니다.
때로는 문어 같은 재생 동물처럼, 새로운 글감을 계속해서 만들어 내고 싶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정말 재밌는 경험이었습니다.
다음 시즌에 참여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면서도 이번만큼의 열정은 없을 것 같아 고민이 됩니다.
이런 프로젝트를 ‘잘’ 만들어 주시고 이끌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