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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착지

신기한 21일이었어요. 내 글쓰기도 했지만 남의 글 읽기도 이렇게나 바짝 해냈고요. 글쓰기 시작 전 나 자신의 밑바닥, 못된 점, 감추고 싶은 마음에 대한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글쓰기 기법훈련부터해서 평소 써보지 않은 소설쓰기, 남의 글 퇴고까지 두루두루 많이도 했네요. 막막한 순간도 있었지만, 홀린듯이 키보드를 두들기던 순간도 있었어요. 

새로운 영역의 글을 써보는 체험을 했다는게 저에겐 큰 의미같습니다. 특히 십자군이 재미있었습니다. 노랫가사인듯 시인듯 내가 써내리는 문장들은 이런 멜로디(?)를 가졌구나 흥얼거리기도 했습니다. 그냥 저절로 제 문장이 머릿속에서 이상한 운율로 자동재생되더라고요.

소설 장르도 도전해봤습니다. 책속 첫문장 이어쓰기 미션에서 과감히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재미가 있었어요. 여기는 실제 저의 얘기가 하나도 안 들어가니까요. 그간 1인칭이 '나'가 아닌 글을 쓸 일이 잘 없었어요. 중심인물들과 사건, 앞으로의 전개를 나름 상상해서 썼지만 사실 책속 첫문장에서 어느정도 정해져 있는거라 상상은 반쯤 들어갔네요. 그 이후 상상미션에서도 짤막한 소설을 썼는데, 상상이란것이 결국 글쓴이인 제가 경험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나지는 못하더군요. 아무리 짧은 글쓰기지만 아무 고증(?)없이 엉터리 얘기를 쓰면 안되겠지 싶어서 너무 구체적으로 상황을 지정하는 문장은 쓰지 않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주인공이 주변에 있을 법한 인물상이기보단 관념속의 어떤 인물정도에서 그치더라고요. 소설가들이 얼마나 많은 정보수집과 인물설정을 하는지 새삼 느꼈어요.

독특한 경험이라 하면 샤라웃도 빼놓을 수 없겠네요. 내 글도 아닌 남의 글 만지기는 처음이었어요. 마음이 담아두었던 글을 하나 꺼내서 열심히 다듬고 손질해봤습니다. 원글쓴이님이 쓴 이야기 전체 줄기는 바꾸지 않은 상태에서, 좀 더 강조해주고 싶은 단어나 표현들을 선명하게 보정해주는 느낌으로 시작을 했어요. 여러차례 퇴고를 끝내고 나니 완벽한 글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당시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한 것 같아서 후련했습니다.

퇴고를 하다보니 문득 든 생각인데, 다른 사람의 문장을 의미만 담은 채로 내 문장으로 바꾸는 행위가 참 흥미로웠어요. 여러 사람이서 한 문단 정도의 글로 릴레이퇴고(?)같은걸 해봐도 재밌을거같아요. (그림 이어그리기 같은 그런거...) 최종 퇴고된 글의 출처가 되는 소설 작품 제목 맞추기를 해보거나, 아님 그냥 완전 바뀐 자신의 글을 되돌려받아 감상하는것만으로도 즐거울거같아요. 일련의 과정에서 형태가 사라진 문장도 있겠지만 끝까지 살아남은 단어나 표현들도 있을테구요. 바로 그게 원글의 심지같은 존재가 되려나 싶네요. (흠... 막상 쓰고보니 엄청 재밌진 않을것 같네요 아무말이나 해 보았습니다😂)

쓰는것도 쓰는 거지만, 다른 사람의 글을 읽는것 까지도 모각글 체험의 큰 부분이었어요. 글쓰기는 원래 고독하고 고통스럽지만, 여기선 꼭 그렇지도 않고요. 나름의 단체행동(?) 이니까요. 고독하진 않고 고통스럽기만한게 어딘가... 싶네요

미션을 늦은 밤 겨우 제출하고나니 죄송스럽게도 다른 분들의 글을 읽을 시간적 여유가 없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나만 힘든게 아니라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일텐데, 내 글이 너무 길거 장황하면 힘드시겠구나 싶기도 했습니다. 읽히는 글을 써야한다는게 이런 의미에서도 와닿았습니다. 그 힘든 여정 속에서도 저의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너무 감사했습니다.

앞으로 남은 휴식기간동안 다시 한번 모각글의 글들을 천천히 읽어보고, 제가 썼던 글들도 한번 더 퇴고를 해보고 할 생각입니다. 와... 어느새 글이 또 이렇게 길어졌네요. 분량 짤막하게 쳐내는건 21일 지나도 여전히 안 되고 있습니다😭

(9.1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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