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정하기
종착지
크리스를 볼 때면 화가 밥 로스가 떠오릅니다.
'자, 글감을 떠올려 보세요. 그리고 스케치하듯 써내려 가 보세요. 참 쉽죠?' 크리스의 That easy에 저는 대미지를 입고 맙니다.
그래서 스스로 이마를 한 대 탁! 치고는 '이 바보가 아직도 이걸 제대로 못 쓰네' 하면서 한탄하곤 합니다. 그러다가 금새 또 생각을 바꿉니다. 하긴 유명 작가들도 슬럼프를 겪는데 내가 뭐라고... 하고요.
전 시즌에 참가했다고 이번 시즌이 수월할 거라 생각하신다면 오산입니다. '오늘은 진짜 안 써지네'와 '그래도 오늘은 꽤 잘 풀리네'의 냉탕온탕을 오가는 일은 여전했습니다.
개인적으론 유난히 불면에 시달린 날이 많던 21일이었습니다. 늦은 시간에 급하게 미션 글을 제출하고 나면 긴장이 풀려 휴대폰을 쥔 채 잠이 들곤 했어요. 눈을 떠서 지난 밤 올라 온 글을 읽다보면, 또 새로운 미션이 눈앞에 있었습니다.
잠들기 전에 하는 일과 일어나자마자 하는 일이 하루의 태도와 기분을 좌우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 말처럼 모각글의 주제가 하루종일 저를 따라다니기도 했어요. '실수'라는 주제가 주어졌을 땐 삶의 안팎으로 실수를 찾아다녔습니다.
과거의 실수를 떠올리며 웃거나 자책하거나 분노하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리고 찬찬히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글을 쓰고 난 후, 마음의 롤러코스터에서 내려올 수 있었습니다.
'왜 모각글을 하는가'
그 동안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외면에서 찾으려 했었습니다. 무언가 꾸준히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 그래서 칭찬받고 싶어.
시즌4가 되어서야 알게 되었네요.
좋은 하루를 보내기 위해서 씁니다. 좋은 생각을 떠올리고 싶어서 씁니다. 좋은 일은 기억하고 나쁜 일은 내려놓기 위해 글을 씁니다. 편안한 잠을 자고, 점심을 더 맛있게 먹기 위해 씁니다.
앞으로 이유가 더 늘어날 것 같네요.
여러분들도 각자의 이유를 찾으시길 바라요.
모각글, 감사합니다.
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