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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
비가 왔다. 카페에 들어갔다. 비가 멎기를 기다렸다. 창밖에 장님이 있다. 젖은 땅 위에서 구걸하고 있다. 그를 안으로 들여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담배불을 끄는 게 싫다. 사람들도 그냥 제 갈 길 간다. 각자 할 일 한다. 몇몇은 적선한다.
어떤 여인이 걸어간다. 장님을 지나쳤다가 다시 그에게 돌아온다. '저는 장님입니다. 한푼 줍쇼'라 적힌 박스에 뭐라 쓰고선, 다시 제 갈 길 간다. 잠시 후 장님의 깡통은 수북해졌다. 그는 몸둘바를 모른다. 박스엔 이렇게 적혀있다. '아름다운 날입니다. 그리고 난 그걸 볼 수 없네요.'
어떤 문장가는 "문학이 인간을 구원한다는 개소리 하는 놈은 다 죽어야 한다"며, "국방, 주택, 교통, 밥벌이등의 공동체의 문제가 우선이고 맨 밑의 문제가 문학이다. 펜이 칼보다 강하다는 건 위태로운 생각"이라고 했다. 나는 두 문장만으로 걸인을 구원하는 것을 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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