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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착지

한 달도 안되는 시간으로 무엇을 바꿀 수 있는가. 21일 동안 나는 새 직장에서 일을 배우고, 친구는 퇴사를 결정하고, 가을이 찾아왔고, 게임을 진행하면서 막혔던 스테이지를 뚫었고, 응원하는 팀이 아슬아슬하게 세계대회에 진출을 확정했다. 숫자로 따지면 얼마 되지않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꽤 많은게 변했다. 무교지만 하나님이 세상을 7일만에 만들었다는 성경구절을 떠올린다. 21일은 지금 이 세상을 세 개나 더 만들 수 있는 길고 유의미한 시간이구나.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공포와 설레임을 혼동하는 것처럼 글쓰기 앞에서 나는 좋아하는 마음과 두려움이 공존했다. 21일 동안 부끄러움을 고해하며 정화하는 과정을 거친 것같다. 내 앞에 놓은 백지만큼 깨끗해진 마음을 갖고 글쓰기에 임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내가 21일동안 글로 빚었던 세계들은 얼기설기 어색한 모양이지만 내 손끝에 견고하게 남았다. 이제 이 세계들을 어떻게 운영할지 나에게 달려있다는 책무감이 싫지만은 않다.
첫문장이 가장 어렵게 느껴졌던 21일 전 한 사람은 이제 아주 조금 견고한 세계를 만들어보려고 한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2.8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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