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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착지

술에 잔뜩 취해 일기를 쓰듯 쓴 날도 여럿 있었고요. 숙제를 치르듯 꾸역꾸역 쓴 날도 있었네요. 며칠은 출장과 휴가를 핑계로 빼먹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이곳에서만큼은 익명의 힘으로 솔직하게 다 털어놓을 수 있었어요. 다음날 보고 조금은 부끄럽기도 하고 후회스럽기도 한 글도 있었는데요, 털어놓고 보니 '내 안에 이런 모습도 있었구나'하며 알아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상상력이 없는 편이라고 생각했던 터라, 힘들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자유롭게 훨훨 날아볼 수 있어 재미있었습니다. 짧은 영상을 보고 쓰는 글이 이렇게나 다를 수 있다니 신기했고요. 자신이 경험한만큼 글이 나온다더니, 각자의 세계가 투영된 것 같기도 해 흥미로웠습니다.
무엇보다 글 속에 담긴 이야기를 읽으시고 따듯한 말들로 위로해준 동지들이 남겨준 댓글이 여러모로 힘이 됐습니다. 하루는 얼굴도 알지 못하는 익명의 독자의 짧은 한 문장 피드백이 이렇게 위로가 될 수 있구나, 싶었습니다. 그 댓글을 남겨준 익명의 유저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동지분께도 몸과 마음의 건강이 있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리 성실한 참여자가 아니었던 것 같아서 부끄럽긴 하지만요. 이런 공간이 있어서 좋았고 또 글쓰기가 지치는 어느 날에 익명의 힘을 빌어 이러쿵 저러쿵 떠들러 오겠습니다. 소소하지만 소중한 글쓰기 공간을 만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3.3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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