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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착지
이전 시즌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었어요. 책으로 엮을 글을 쓴다는것이 이렇게 힘이 들 줄은 몰랐습니다. 여럿이서 함께 한 권을 만들어낸다고 표현하면 꽤 수월한 일처럼 들리는데, 어쨌든 내 몫의 글은 오직 혼자 힘으로 써내야만 하는 거니까요.
혼자서 쓰는 글이지만 절대 혼잣말 하듯이 써서도 안된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이전 시즌에도 마찬가지로 '읽히는 글'을 써야 한다고 늘 강조하셨죠. 그걸 머리로 생각하는 것과 몸으로 터득하는건 다른 영역인 것 같아요. 이전 습관처럼 쓰다가 여러 번 헤매기도 했습니다. 다른 사람의 눈으로 내 글을 보고, 피드백을 해준다는게 참 값진 조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구조적인 글쓰기 미션을 할 때는 미술시간에 찰흙 조형물을 만들던 것이 떠올랐어요. 철사로 뼈대를 만들고, 거기다가 찰흙을 입히고, 모양을 잡고, 세밀한 디테일을 조각하고, 표면을 다듬고 손질했습니다. 기승전결이라는 뼈대에 어떤 내용을 배치할 지 구상도 하고, 문장을 채워 넣고, 흐름에 맞게 문장들을 수정하고, 퇴고하는 과정이 비슷하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런데 어떤 자세를 한 사람을 찰흙으로 만들라거나 하는 방향이 주어지면 작업을 빠르게 진행할 수는 있지만 자유주제로 원하는 것을 아무거나 만들어 보라는게 더 난감했거든요. 뼈대에 대한 구상부터 시작해야 했기 때문에 시간도 더 많이 들어갔어요. 이번 모각글에서도 '낭만'이라는 한 주제로 내 글만의 독특한 뼈대를 만들어내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어떻게든 쓰라면 쓸 수는 있겠지만 대강 모양만 빚어낸 찰흙 덩어리같은 글을 원하시지는 않을 거니까요.
낭만이란 단어를 계속해서 오랫동안 꼭꼭 씹어먹고.. 아니면 사골 끓이듯이 내내 우려내고.... 반죽 치대듯이 두들겨야 어떤 통찰이 미약하게나마 비집고 나오는 것 같아요. 이번 미션에서는 이걸 제대로 하지 못한 것 같아 그게 아쉽네요.
퇴고를 하려면 정말 끝도 없는 것 같습니다. 분명히 청소기를 돌린 직후인데 또 눈에 띄는 머리카락들처럼 못난 것들이 자꾸자꾸 밟히네요. 글쓰기 자신감이 사라져갑니다...
그치만 포기하겠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자신감이 사라지는 만큼 욕심도 생겨요.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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