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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착지
처음에는 솔직히 자신 없었습니다. 매일 글을 써야 한다는 것과 어떤 주제일지 모른 채 당일에 즉석에서 써 내려 가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웠거든요. 내 글을 내보이는 것에는 한없이 자비가 없었고, 또 한편으로는 글에 대한 온전한 자신감이 부족했습니다.
21일의 여정에서 얻은 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내 글을 보이는 것에 대한 막연하지만 중압감이 컸던 무언의 감정을 조금이나마 극복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제가 어떤 글을 좋아하고, 어떤 글을 더 쓰고 싶어 하는지를 알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매일 주어지는 미션에 따라 여러 장르를 써 보았는데요. 저는 운문을 조금 더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아니, 좋아하고 또 쓰고 싶어 합니다.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평소에도 에세이 장르는 구경도 안 할 만큼 남의 이야기에 관심도 없거든요. 또 소설은 상상력의 한계로 그 세계관 형성과 촘촘한 인물들의 관계 구성에 늘 어려움을 겪습니다. 무엇보다도 어릴 때부터 시를 쓰고 싶었습니다.
여기에서도 종종 주제를 녹여 ’운문‘의 장르에 속하는 글을 몇 개 썼는데요. 제가 쓴 글들 중 마음에 들었던 것들이 다 그 형식이었습니다.
어쩌면 막연했던 내 책에 대한 꿈에 조금씩 가까워지는 중일지도 모릅니다.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섞여 앤솔러지를 구상할지, 온전한 내 것을 얻을지는 모르겠으나 확실한 건 저는 책을 낼 거라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달의 반 이상을 함께 해 주신 많은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제 글에 도장을 꾹 눌러 주고, 북마크에 넣어 주고, 댓글로 의견을 나눠 준 덕분에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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