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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착지
힘들었습니다. 매일 적는다는게 말입니다. 쓰는 것이 습관인 사람이 로망인데요. 몇 번이나 혼자서 도전해본적도 있습니다. 일기라도 쓰자. 지금 쓰고 싶어하는 에세이의 주제가 아니더라도, 동화의 한 장면 아니더라도 말입니다.
작심삼일. 날 위해 존재하는걸까 싶었습니다. 한 4일쯤 되면 슬슬 쓰기가 어렵더군요. 아 쓸 것이 없어. 일주일쯤 되면 포기하고의 반복. 그럴때마다 아이디어의 한계를 원망하며 다음을 기약했습니다.
프로젝트의 들어온 유는 사실 쓸것이 없다 라는 큰 산을 해결하면 과연 나는 매일 쓸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 때문입니다. 글쓰기의 실패하는 지점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우유 배달처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늘 도착해있는 주제들. 반갑기도하고 두렵기도 했습니다. 쉽기도 하고 어렵기도 했습니다. 가끔은 이걸 왜쓰지 하는 것도 있었지만 그냥 써내려가기도 했습니다.
술 먹고 온 날도 썼고요 컨디션이 별로일때도 썼습니다. 불 꺼진 침대맡에서도 쓰고 회사 책상에서도 썼습니다. 출근해서 주제를 읽고는 하루 종일 뭘 쓰지 고민한 날들이 많았습니다. 쓰는 것이 업인 인간이 된 기분을 느꼈습니다. 장래희망이었는데 말이죠.
마지막 날이라하니 시원하고 섭섭합니다. 글쓰기가 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습니다. 실패의 지점을 아는 일. 저는 무엇을 쓸지 몰라서 못 쓰는 사람이라기보다는 그것보다 재밌는 것을 더 많이 알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냈습니다.
돌이켜보니 글쓰기 보다 재밌는 독서, 글쓰기 보다 재밌는 유튜브, 글쓰기 보다 재밌는 와이프. 굳이 쓰지 않아도 세상에는 재밌는 것이 너무나 많고 나는 그걸 제쳐낼 의지가 없었던 것에 가까웠습니다.
단순히 즐기는 영역이라고 여기기 보다는 더 잘하고 싶고 어떤 성취가 있었으면 하는 가능성의 영역으로 글쓰기를 두고 싶기에 만약 재밌다고 생각하기가 어려웠나 봅니다.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 기간 동안에는 망한 글을 많이 쓰자, 퇴고하지 말고 그냥 갈겨버리자 라고 다짐했습니다. 부담에서 벗어나서 그냥 쓴다는 행위 자체에 다시 재미를 붙이는 과정이었습니다.
즐거웠어요. 노트북이나 패드로 쓰지도 않고 휴대폰으로 막 적었습니다. 쾌감이 있더라고요. 쓰고 싶어지는 순간이 다시 돌아온 것만 같아 반가웠습니다.
내일이면 다시 원래의 습관으로 돌아가게될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다 한들 괜찮습니다. 글쓰기란게, 아니 삶이란게 걷고 달리고 또 넘어지고 주저 앉았다가 다시 일어서는거니 말입니다. 재밌게 잘 뛰다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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