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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

생각할 사, 슬퍼할 도

사실 김, 시금치, 우엉조림 등 김밥에 들어가는 재료는 바로 먹어도 되는 것들입니다. 일단 그 자체만으로 건강한 재료입니다. 거기다 간하고, 볶고, 데치는 과정을 거쳤으니 충분히 밥반찬 자격이 있는 것이죠. 하지만 그것들은 김밥 위해 기능합니다. 결국 김밥재료는 반찬 역할과 재료 역할이 중첩된, 모호한 존재인 것이죠. 반찬으로 할 지, 김밥재료로 할 지 주방장의 결정이 필요합니다.

불공정을 논하는 글입니다. '불공정'은 추상적인 개념입니다. 김밥재료처럼 모호합니다. 요리사가 사용법을 결정해야 합니다. 공정이 무엇인가요? 뚜렷한 실체가 있어 정량을 측정 할 수 있는 것인가요? 그리고 불공정이 가장 문제가 되는 곳은 어딘가요? 필자의 자의적이지만 설득력있는 재정의나 선택이 필요합니다. 이 글은 몇몇 사건을 언급하며, 대학, 취업, 수저계급론 등, 청년층에서 떠오르는 불공정 담론을 다루고 있습니다. 졸업반인 제게도 와닿는 내용입니다.

개인적 경험에서 출발해, 공정성 논란과 관련한 몇몇 대목들에 사견을 덧붙이며 전개하고 있습니다. 그것들은 그대로 분리해 써도 독립된 글이 나올만한 내용입니다. 첫문단만 해도 상당히 흥미로운 내용 아닌가요? 이 내용만으로 필일오 할 수도 있을 겁니다. 통일된 김밥이 아니라 독립적인 반찬이 될 수 있었던 것이죠. 하지만 사회부장 권석천 씨는 김밥을 만들기로 결정한 것 같습니다.

'사도'라는 이름의 김밥 말입니다. 마지막 문단을 제외한 모든 문단은 생각할 사와 슬퍼할 도로 시작합니다. 입에 맴도는 이 어구들은, 마치 문단들에게 '넌 김밥이 될 운명이야' 하고 암시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문단에서 영화 <사도>의 내용을 언급하며 자연스럽게 김밥을 맙니다.

권석천 씨도 김밥을 마는 기분으로 이 글을 썼을까요. 시사적인 통찰과 재치가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넉넉히 담긴 글입니다.

저는 늘 이런 글쓰기를 추구합니다. 오바스럽지 않게 재치있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하나의 핵심 키워드나 어구를 집요하게 활용하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5.1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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