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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
글은 정형화된 형식이 없다. 하지만 신문의 오피니언은 다르다. 언론사의 칼럼은 평범해 보이지만 평범하지 않다. 독자가 어느 정도 기대하는 수준이 있다. 불특정 다수가 읽는다. 진부하거나 모호한 글을 쓴다면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누구나 아는 얘길 하더라도 때론 파격적으로 써야 한다.
제목을 본다. ‘생각할 사, 슬퍼할 도’. 날짜를 본다. 2015년 10월 5일. 당시 영화관에 간 기억이 떠올랐다. 영화 ‘사도’가 나온 시기다. 사도세자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나 추측했다. 그런데 ‘사도’는 장치였다. 독자의 눈길을 잡기 위한 아주 치밀한 장치. 사도로 관심을 환기해 계급 세습을 이야기한다. 이 밖에도 수많은 장치가 있다. 장치들은 아주 정교히 배치돼 있다. 신입기자 채용 과정에 전형위원으로 들어간 이야기로 시작해 김무성 전 대표의 발언, 고위직 자녀의 특혜 채용 논란까지. 이들은 언뜻 보면 모두 다른 시기에 발생한 독립사건 같다. 하지만 궤를 함께 한다. 한국 사회의 ‘가족 윤리’가 불러오는 불공정함을 각기 다른 사건을 언급하며 생생히 그려낸다.
같은 이야길 하더라도 전하는 방식에 따라 힘이 달라진다. 어제 본 유튜브 영상도 그런 메시지를 전달했다. 계급 세습은 누구나 인지하는 문제다. “계급 세습이 문제다” 정도로 썼다면 평이한 글에 그쳤을 것이다. 하지만 이 글은 여러 장치를 똑똑하게 이용했다. 끝까지 메시지에 집중하도록 한다. 그런 점에서 플레이팅이 잘 된 요리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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