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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

  1. 이제 우리는 점점 더 잉여가 될 텐데, 텐데, 그게 나쁜가?

약 10년 전에 쓰인 글이다. 그때로부터 지금까지, 수저론은 얼마나 발전하고 다각도로 조명되었나. 발전과 조명, 별 체감은 안 든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기사를 읽으면서 공감가는 지점은 많았다. 공정 경쟁에 기본 수칙마저 지켜지지 않는 사회에 절망하는 청춘들. 자조섞인 푸념으로 열 올린 욕설로, 폼은 좀 달리 했어도 주변에서 제법 많이 들었다. 어쩌면 다들 입 안에 물고 있는 수저를 놓을 의지가 없는 듯하다. 인간은 물고 있는 수저의 색을 모두 같은 색으로 맞추기 보다 어느 인간이든 서로의 뺨을 때려 혹은 말을 걸어 다소 '인간적으로' 합의하여 타인이 물고 있는, 빛나는 수저를 가지기를 원하는 듯 하다. 또 하나 이 기사의 포인트는 마지막 부분이다. 이 시대의 청춘들을 사도가 자신의 아들을 뒤주에 가둬던 행위와 겹쳐서 말하는 부분. 잘 읽고 있다가 이 부분에서 묘한 반발심이 든 건, 지금 세상의 어느 측면, 감히 말하자면 주류의 시선에서는 잉여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제목에 썼듯이. 잉여가 나쁜가. 인간이 노동을 하지 않게 되는 세상이 와도 노동을 하는 인간은 있겠지만, 대부분은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에 놓이지 않겠나. 그럼 그때는 잉여가 좋고 지금은 잉여가 나쁜가... 그랬다.

  1. 뒷맛이 없게 통쾌해서 길게 기억에 남지 않은 글이다.

재밌게 읽었다. 대놓고 비꼬니까, 대놓고 웃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미 나쁜놈을 나쁘다고 말하는 것, 비꼬면서 말하며 자신의 말재주를 자랑만 하는 게 여기서는 큰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이건 문학이 아니니까.

  1. 능청스럽게 논리를 주장하면서도 말의 리듬을 놓치지 않는 글.

이 글 때문에 난 이 글을 쓴 사람의 책을 샀다. 돈 주고 살 만한 글이라고 생각했다. 다시 읽어도 그렇다. 한국에 있는 허를 능숙하게 찔러서 쭉쭉 뽑아내는 실에 감기는 기분이 든다.

(4.8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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