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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
<"추석이란 무엇인가" 되물어라>
나는 어렸을 때부터 명절이면 조부모의 집으로 갔다. 우리 가족은 가장 먼저 그 집에 도착해서 가장 늦게 돌아갔다. 어렸을 때부터 해오던 것의 힘은 참 세다. 딴생각은 끼어들 틈도 없이 당연한 일이 되어 버린다. 게다가 내 역할은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손자였으니 딱히 불만도 없었다. 새벽부터 일어나거나 어떤 밤에 불을 켜고 양말을 신고 자야 한다는 점(할머니께서 그렇게 해야 한다고 했다) 말고는. 아빠가 하늘나라로 떠나버린 이후에도 계속 갔다. 그게 당연하니까. 엄마도 없이 동생들을 데리고 갔다. 엄마는 갈 이유가 없어졌다. 엄마를 두고 보내는 명절이 더 이상한 것 같은데, 엄마는 자꾸 나와 동생들이 거길 가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아빠도 엄마도 없이 그 집에 있으면 어쩐지 눈치가 보였다. 더 열심히 주방 일을 도와야 할 것 같았다. 계속 불 앞에서 음식을 해서 허리가 너무 아프고 눈이 따가웠다. 제사상에 절을 할 때면 의문이 들었다. '이분은 대체 누구신가.' 할머니는 제사상에 절을 할 때 "재수있구로 해주이소." 하고 마음속으로 빌라고 했다. 그래서 오랫동안 빌어왔는데. 이게 가장 최선의 재수 있는 삶일 수도 있으나 찜찜했다. 재수가 있어서 명절마다 나는 눈치를 보며 집에 가고 싶어 하나. 명절이 있는 달은 시작부터 막막해졌다.
나는 나를 발견할 수 있는 글이 좋은 글이라고 생각한다. 구렸던 과거의 나, 어떤 추억들, 지금 내가 하고 있거나 했던 고민, 되고 싶은 나. 그런 것들을 발견했을 때 공감하고 집중하게 된다. 글과는 조금 다른 이유로 명절을 싫어하기는 했지만, 어쨌거나 명절을 싫어하던 사람으로서 이 칼럼은 물 흐르듯 읽혔다. 게다가 난 정체성에 관한 질문을 친구들에게 자주 던지는 사람이기도 하다. 글의 막바지에 친척들의 물음에 대한 답변의 예시를 들어 주었는데, 자꾸만 따라 읽게 되었다. 읽을 때마다 낄낄거렸다. 이렇게 웃으면서 읽은 신문 칼럼은 처음이다. 웃거나 울게 만드는 글도 좋은 글이다. 독자를 그렇게 만들려면 한눈팔지 않고 글을 끝까지 읽게 만들어야 하니까.
이 글이 중점적으로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정체성에 관한 질문이 위기 상황에서 제기된다는 것? 혹은 나에게 자유를 선사하리라는 것? 아니면 정체성 보다는 근황과 행위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 대한 풍자? 명절이 괴로운 사람들을 위한 팁? 모르겠다. 그리고 과 친구의 연애편지 에피소드 후, 정리하는 부분이었던 4번째 문단에서도 의문점이 생겼다. 왜 '쿨한'과 '인문학적으로'를 강조했는가. 글쓴이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여러 번 다시 읽어보았지만 실패했다.
이번 주제는 정말 곤란했다. 명실공히 좋은 글들의 아쉬운 점을 찾아야 한다니. 처음엔 좋기만 하고 아쉬운 점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찾아야 하니 굳이 찾아내려 애썼다. 부족한 나의 수준에서 아쉬운 점을 찾아보았다. 그런데 이거 공부가 된다. 잘 쓴 남의 글을 파고들었는데, 이상하게 내 글의 부족한 점이 보인다.
글이란 무엇인가...!
(7.5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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