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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글쓰기란?

죽음에서 구해준 유일한 녀석이다.
그땐 아무도 없었다.
오직 공책 하나, 연필 하나, 그것이 전부였다.
그 공책도 짙은 사연을 가졌다.
글쓰기 대회에서 수상해서 받은 공책이였거든.
소중한 공책에 중학교 때부터 꼬박 10년동안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적었다.

하루는 엄마와 다투었다.
중 2병, 어마무시한 병에 걸렸던 것이지.
죽니 사니 하며 싸우다가, 뒤 돌아서면 우는 못난 딸이였다. 그럴 때, 그 공책을 열었다.
싸우고 난 뒤, 엄마의 등을 보며 하지 못했던 말이 있었다. 피말리는 시퍼런 욕에서 시작해 쓰면 쓸수록 미안함만 담겼다. 어찌나 눈물이 났는지.

사실 이건 아주 사소한 일상이고,
점점 내 인생에 견디기 어려운 일이 많아졌다.
그럴수록 그 공책은 빽빽히 뒤 덮혀갔다.
가족은 멀어져가는 것 같고 친구는 손에 잡히질 않았다. 사랑은 어디에, 행복은 어떻게 찾는건지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다.

오로지 그 공책에 써내려간 일기같은 몇 편의 시만이 나를 이끌어줬다.
죽음이라는 매서운 감정을 공책으로 덮었다.
글쓰기는 오랜시간 나에게 그런 존재였다.

(2.8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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