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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카스
쓰기 싫어서 미적거리고 있는 걸 어찌 아시고, 이런 미션을 주시다니요. 미리 말씀드리지만 민간인 사찰은 불법입니다(농담).
아래의 글은 《쓰고 싶다 쓰고 싶지 않다》 중에서 (훌륭한 배우이자) 작가 박정민의 <쓰고 싶지 않은 서른두 가지 이유> 마지막에 붙은 내용입니다.
훌륭한 작가님들 사이에 껴서 이토록 정성스럽게 ‘쓰지 말아야 함’을 피력하고 있는 꼴이 우습다. 이런 책에 깍두기로 넣어준다고 마치 어깨를 견주는 것마냥 오만해져 특유의 반골 기질이 드러나는 걸지도 모른다. 공부하고 있는데 엄마가 공부하라고 하면 공부하기 싫은 것처럼, 쓰고 있는데 쓰라고 하니까 쓰기 싫다고 생떼를 부리는지도 모른다. 그럼 그때마다 엄마는 내게 말했다.
“하지 마, 공부하지 마. 공부하기만 해. 아주 공부만 했다 봐. 너 죽고 나 죽는 거야.”
그럼 난 힘내서 공부를 했고, 박차를 가했고, 우등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그러니 혹시라도 가끔씩 박정민의 글이 조금이라도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아주 긴밀하고 진정성 있게 속삭여주면 된다.
“너 쓰지 마. 쓰기만 해. 아주 쓰기만 했다 봐. 너 죽고 나 죽는 거야.”
전 글쓰기가 힘들 때 주로 '글을 쓰는' 공상을 합니다. 여차저차 이러쿵저러쿵 어쩌고저쩌고 해서 글을 완성해내는 공상은 참으로 달콤합니다.
공상 중에 좋은 문구가 생각날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가 더 많습니다. 오늘도 공상으로 도망치고 싶은데, 윗 글에 멱살을 잡혔습니다.
제가 멱살 잡힌 김에 여러분들도 다같이 대롱대롱 멱살 잡히기로 합시다.
"오늘도 쓸 거예요? 아주 그냥 쓰기만 해요, 응? 그랬다간 다 같이 죽는 거예요."
(4.2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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