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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카스

<재미가 없으면 의미도 없다>(어크로스.2015)에서는 ‘마감에 임하는 필자들의 태도’에 대해 재미있는 일화를 소개했다.

책에서는 진중권, 김훈 작가를 모범생형에 분류했다.

‘김훈 선배는 마감 시간을 철저하게 지켰습니다. 칼럼은 오전에 보내는 게 일반적이었고, 어떤 기사도 오후 3시를 넘기는 법이 없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조간신문의 1판 마감 시간은 오후 4~4시 30분입니다. <시사저널>편집장 시절 김 선배는 마감 시간을 넘긴 기사는 아예 읽어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냥 쓰레기통에 처박아 넣어 버리고 그 지면은 광고로 메꿨습니다.’ -116쪽, <한겨레> 권태호 기자가 쓴 기사

다음은 적반하장형이다. 이는 유명하거나 경력이 오래된 필자와 초보편집자 사이에서 흔히 볼 수 풍경이다. 이와 관련한 글을 보자.

‘나는 경력이 전무한 편집자였다. 모든 일에 미숙하던 시절, 그중에서도 가장 힘들었던 대목은 필자들의 원고를 받아내는 일이었다. 엄연히 마감 시한이 정해져 있건만 열에 두셋은 당연하다는 듯 시한을 넘기기 일쑤였다. 대개 유명한 필자들이라 나로서는 감히 독촉 전화를 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편집부로 전화 한 통이 왔다.

홍민 씨. 홍민 씨는 왜 나한테 독촉 전화를 안 해? 나는 독촉 전화를 자꾸 받아야 글이 써지는데 당신이 가만히 있으니까 한 글자도 안 써지잖아. 앞으로는 나를 좀 못살게 굴어줘. 제발. 내가 전화하지 말라고 해도 무시하고 전화해야 돼.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117쪽, <시사IN> 저자의 기고 글

천리안 형은 편집자가 마감일을 속이는 안전장치를 설치했음에도 이를 알아채는 필자다. 읍소형은 말 그대로 기한을 지키지 못한 사연을 구구절절이 풀어내는 형. 이밖에 ‘의도적 기억상실증’형부터 ‘배째고 등따’형, ‘자수하여 광명 찾자’ 형 등이 있다고 한다.

글을 쓴다는 것은 고통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스스로 힘든 일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칭찬 받아 마땅합니다. 그러니 고통스럽더라도 자책할 필요 없습니다. 적반하장으로 나가자구요. '크리스, 24시간 내에 원고지 하나를 쓰라니. 너무한거 아니오?' '크리스. 이번 주제가 너무 심오하다고 생각 안해봤소? 나는 이름도 겨우 쓰는 사람이란 말이오.' 마감이 있는 글쓰기를 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원망 할 자격 정도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5.7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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