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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카스
책상 앞에 앉았건만 어쩐지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는다. 자꾸 생각이 끊기고 주의가 산만하다.
신경이 항상 위 쪽으로 얼마쯤 가 있으니 온 정신을 집중하는 통일감에 빠져들 틈이 없다.
하는 수 없이 방바닥에 누워 생각한다.
다시 책상 앞에 앉는다.
소설 ‘낡은 집의 춘추’로 최고 권위 문학상인 나오키상을 수상한 우메자키 하루오(1915∼1965)는 잡지 ‘신조’ 신년호 마감에 시달리던 어느 날 독감으로 앓아누웠다. 원고 독촉 전화를 건 편집자에게 열이 38.5도나 된다고 했건만 편집자는 꾀병을 의심한다. 이튿날 열이 37.2도로 내려갔는데 마침 편집자가 사나운 발소리를 내며 작가를 찾아왔다. 우메자키는 “체온이 38.7도나 된다”며 가냘픈 목소리를 짜내 마감 독촉을 면했다. 우메자키 하루오는 “사실대로 말하면 당장 일어나 글을 강요할 게 뻔했다”며 그날을 회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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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마감'에 작가들이 쓴 글을 찬찬히 찾아봤다. 그 중 가장 공감이 가기도, 어쩌면 우리 모두의 모습과 닮아있는 두 일화를 데리고 왔다. 눈이 건조해서, 속이 어딘가 안 좋아서, 갖가지 이유들을 내가 만들어 낸 건지, 그 이유들에 먹혀버린 건지 한번 앉은 자리에서 끝내기가 어렵다. 앉아서 시작을 했다가 냅다 드러눕기도 하고 별의 별 난리를 친다. 결국은 다시 앉아 끝낸다. 겨우겨우.
'저 아직 아파서 못할 것 같아요.' 우메자키 하루오의 일화는 아픈 감기가 거의 다 낫고도 최선을 다 해 할 일을 피하던 과거의 나와 겹쳐보여서 피식 웃음이 났다. 사람 사는 거 다 ~~~ 똑같다. 그래도 계속 가보자구요. 다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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