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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카스

"작가에게 관용을 베푸는 독자는 이 세계에 단 한명도 없다."
이것은 잠언이 아니다. 이것은 통계에 관한 말이다.
부끄럽게도 얼마 전에야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나마 다행이다.
나의 선생은 소설쟁이가 농부, 어부, 막노동꾼처럼 자신의 가족을 위해 신성한 밥벌이를 하는
성실한 사람들에 비해 두 수 아래 있는 존재라고 가르쳤다.

하지만 선생이 틀렸다.

소설을 쓰고자 하는 가장 근원적인 욕망은 허영이므로,
소설쟁이는 그들보다 최소한 세 수쯤은 아래에 있는 존재다.

그러므로 세상의 모든 독자들은 작가에게 관용이란 걸 베풀 필요가 없다.

당신이 저열한 자본주의에서 땀과 굴욕을 지불하면서 힘들고 어렵게 번 돈으로 한 권의 책을 샀는데
그 책이 당신의 마음을 호빵 하나만큼도, 붕어빵 하나만큼도 풍요롭고 맛있게 해주지 못한다면
작가의 귀싸대기를 걷어올려라. 그리고 멋지게 한마디 해주어라.

"이 자식아, 책 한 권 값이면 삼 인 가족이 맛있는 자장면으로.
게다가 서비스 군만두도 곁들여서, 즐겁게 저녁을 먹는다. 이 썩을 자식아!"

그런데 내가, 겁도 없이, 책을 내게 되었다.
분수도 모르고 덜컥 상까지 받아버려서 이제 빠져나갈 구멍도 없다.

하지만
귀싸대기 맞을 각오는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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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언수 작가. 제가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인용한 글은 수상 소감. 멋져서 공유합니다. 귀싸대기 맞을 각오. 꼭 있어야 하나.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글 쓰는 일이 실은 별 거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것. 그 의심이 되려 쓰게 합니다.

(3.7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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