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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라웃

연애 불구. 또 다시 실패.

손목이 잡혔다. "갈 거니까 놔라." 엄포를 놓아도 듣지를 않는다. 소매를 당긴다. "놓으라고 했다."
머리가 지끈 아파온다. 놔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반 줌도 안되는 내 손목과 그이의 손목 두께는 두 배 정도다.
힘으로는 도저히 못 이길 것 같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뾰족한 눈빛을 보내는 것. 철판도 지져 버질 듯이 째려본다.
답신이 왔다. 애원하는 눈빛이다. 이런 눈을 보고 내가 어떻게 이길 수가 있을까. 차라리 피해버리자. 다른 곳을 쳐다본다.
슬슬 손목이 아려오기 시작한다. "놓으라고. 아프다고."
애원하는 눈빛에서도, 아프게 잡힌 손목에서도 해방됐다. 탈출할 수 있는 건 지금뿐이다.
지긋지긋한 연애에서 문을 열고 다급하게 나온다. 그런데 이상하다. 길이 끝나질 않는다.
애석하게도 뒤따라오는 발소리가 들린다. 가까워졌다, 느려졌다 하며 내 걸음에 맞춰 따라온다.
이제는 막다른 길에 다 온 것 같은데. 붙잡혀 돌아가긴 싫어. 더 이상 실패를 물고 늘어지고 싶지 않단 말이야.
귀 막고, 눈을 질끈 감고 뛰어야겠다. 담이 있으면 넘어버려야겠다.
과거의 너와 나를 두고. 멀리 저 멀리.

(2.9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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