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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라웃
청의 병사들이 쳐들어왔다. 임금은 궁을 버렸고 비루하게 남한산성으로 기어 들어갔다. 주위는 포위됐다. 식량이 떨어졌다. 1636년 병자년. 몹시 추웠던 겨울.
성안에서 보초를 서던 천민. 서흔남이 있었다. 그는 쇠를 깎던 대장장이다. 병사들은 손발이 얼었다. 총은 휘어있었고 창검은 녹슬었다. 예조판서 김상헌은 인조에게 천민을 부려 각종 무기를 고치도록 할 것을 청했다. 천민은 장정 몇과 성첩에서 내려와 무기들을 수리했다. 솜씨가 좋았다.
기적이 일어난다. 작은 전투가 벌어진다. 적군 6명을 죽인다. 예조판서를 비롯. 궁에 관료들은 결사항전을 다짐한다.
인조는 술을 하사한다. 술잔을 기울인다. 술은 한병밖에 없고, 안주는 지나간 삶의 이야기다. 밤바람은 혹독하다. 군영에선 농담과 웃음이 이어진다. 그 순간 밤하늘도 빛이난다. 은하수도 쏟아져 내려오는 것 같다. 날카로운 추위는 웃음 뒤에 가려진다. 그 순간을 어느 누가 비루하다 하겠는가.
술자리가 끝나고, 미소 짓는다. 모두 군영을 나섰다. 돌아가는길. 그들은 이 행복감이 찰나인 것을 알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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