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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라웃
<퇴고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 자주 이런 식이긴 하다. 지금보단 좀 더 단정하고 여유로울때 그녀를 마주하고 싶었다.
내 돈으로 박카스를 사먹어 본 적이 언제였더라. 박카스는 나에겐 선물과 동의어였다. 이번 글은 선물하는 마음에 대해 쓰어야 하려나.
오후 두시, 다시 모각극을 열었다. 찬찬히 읽는다. 이번에도 오른쪽 전원버튼을 눌러 잠시 화면을 꺼둔다. '아무래도 저녁이 낫겠지?'
미안해. 오늘도 저녁을 엄청 먹어버렸어. 밀가루 줄이기는 역시 안되나봐. 세상에 유혹이 참 많아. 그래도 너를 떠올리긴 했다니까. 열한시 십분. 이제는 써야겠지.
'글을 쓰지 않으면 계정이 삭제됩니다.' 아니, 난 그녀가 어려울 뿐이지 다시 만나고 싶지 않은 건 아니라니까. 그런데 삭제라니. '사진 속 너를 지울 때마다 가슴이 아려와---' 이승기씨의 삭제라는 노래만 멤돌게 말이야. 박카스는 뒷전이 되었다.
그래, 아까 분명 뭔가 쓰고 싶은 것이 있었는데 또 까먹었다. 나 참, 원, 작가들은 메모지를 들고 다니겠지 분명.그건 그렇고 요즘 선물을 직접 준게 언제더라. 카카오 선물하기에도 박카스가 있으니 말이다.
오늘도 고백에 실패했다. 솔직하게 그녀에게 글을 써보려했는데. 오늘은 주제가 너무 애매했어. 이렇게 또 생각하고 잠이나 자야겠다. 내일의 24시간 속 나는 좀 더 용기 있기를. 마감이 있는 글쓰기는 지독한 것이다
<원본>
아침에 미션을 확인했다. 박카스? 잠시 눈을 의심하고 곁눈질로 내용을 읽었다. 화면을 닫았다. 오후 두시. 다시 모각글 페이지를 열었다. 찬찬히 읽었다. 화면을 닫았다. 저녁 여덟시. 또 모각글 페이지를 열었다. 참고할 만한 글도 한자 한자 천천히 읽었다. 화면을 닫았다. 열한시 십분. 이제는 써야 한다. '글을 쓰지 않으면 계정이 삭제됩니다.' 줄어드는 초가 더 초조하게 만든다. 흐르는 시간을 보자니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아까 분명 뭔가 쓰고 싶은 것이 있었는데 또 까먹었다. 생각이 떠오르면 바로바로 기록하자던 2024년 다짐은 어디 갔는지 나 참, 원, 내로라하는 작가들도 글쓰기가 어렵다는데 오죽하겠는가? 마감이 있는 글쓰기는 더욱 지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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