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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라웃
늦잠을 잤다. 애매한 시간. 든든히 챙겨 먹기는 좀 죄책감이 든다. 머릿속으로 간단한 음식을 떠올려본다. 생각나는 건 붕어빵. 팥붕 슈붕. 부쩍 추워진 날씨에 길에서 맛있는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코끝을 지나는 향긋한 냄새. 겨울을 좋아하는 이유. 겨울 간식을 판매하는 앞만 사람이 북적북적한 것이 귀엽게 느껴진다. 위험하다. 지갑 단속이 필수. 붕어빵 옆에 따끈한 어묵까지 나를 꼬신다. 오늘은 실패. 먹고 싶은 것을 전부 샀다.
팥붕 슈붕, 그리고 어묵 6개. 국물 많이 포장요.
어른의 맛. 이게 어른이 아니면 무엇이 어른이란 말인가. 두 손이 무겁다. 마음도 든든하다. 화장기가 전혀 없는 건조한 얼굴에 선선한 바람이 닿았다. 멀지 않은 집에 도착할 때쯤이 되면 숨이 살짝 가빠지고 먹어 치울 생각에 설렌다. 부스럭. 기척이 느껴졌다. 갓길에 주차된 트럭 옆에서 주황색 얼룩무늬가 섞인 고양이가 나를 쳐다보고 있다. 붕어빵이 식어도 어쩔 도리가 없다. 잠깐 시간을 내는 수밖에.
집 안으로 들어와, 재빨리 잠옷으로 갈아입는다. 쇼파에 앉아 입안 가득 붕어빵을 밀어 넣었다. 달콤함이 퍼진다. 천국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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