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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라웃

  1. 토할 것 같다. 이 맛없는 걸 왜 마시지. 술자리 하나도 재미없다. 가슴이 어딘가 갑갑하다. 누가 바늘로 찌르는 느낌. 헛구역질한다. 얼떨결에 받은 레모네이드 하나를 본다. 술 때문은 아닌 것 같다.

  2. 또 영양가 없는 자리. 영양가 없는 대화. 그럼에도 온 이유는. 누가 말한다. 넌 재민이만 보면 굳더라. 다들 깔깔 웃는다. 너도 웃는다. 싼마이 술자리 속에서 심각한 사람은 나 하나뿐.

  3. 재민이 소개팅 나간대. 숨이 턱 막혔다. 편의점에 달려갔다. 체인지 하나요. 처음으로 담배를 샀다. 한 개비, 두 개비, 세 개비. 벌써 반 갑이나 피웠다. 초조하다. 입이 자꾸 마른다. 다시 편의점에 간다. 천오백 원이요. 레모네이드 한 병을 들이켰다.

  4. 방학이 싫다. 잘 지내? 메시지를 썼다 지우길 반복한다. 마침내 보냈다. 단어 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혼자 말도 안 되는 답을 계속 내리고.

  5. 생일 축하해. 내년 이날은 함께하면 좋겠다. 마음을 꾹꾹 눌러 논산으로 부쳤다. 허전하다. 자극이 필요하다. 신맛이 당긴다. 카페로 향했다. 레모네이드 한 잔이요.

  6. 나 더 이상 너를… 모르겠다. 혼자 소주 세 병을 마셨다. 구토했다. 술이 잘 받는 몸도 아닌데 왜…. 의사는 혀를 끌끌 찼다. 수액 맞고 가세요. 두 시간쯤 지나서야 처방전을 받고 나왔다. 집 가는 길에 또 레모네이드를 샀다.

  7. 네가 사랑한 거 나 아니었지
    나랑 있을 때의 네 모습을 사랑했던 거지
    인정해
    제발

  8. 우리 그만하자. 이제 입은 마르지 않는다. 레모네이드는 질렸다. 지금 와서야 알았다. 레모네이드 내게 도피처 같은 것이었다는 걸. 아, 난 네가 보고 싶을 때마다 네가 준 신맛을 떠올렸고 그건 불행할 때였구나. 더 이상 불행하지 않다. 행복을 알 것 같기도 하다. 박스째로 사둔 걸 몽땅 친구에게 줬다. 종장이다.

(4.6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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