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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루다

아랫집에 사시는 최영옥 할머니

딱 내 나이 또래의 손녀가 있으셔서인지 항상 반갑게 맞아주신다.
늘 바쁘게 외출하던 탓에 평소엔 짧은 인사말만 나누었었는데 오늘은 운이 좋게도 여유롭게 조잘조잘 수다 떨 수 있었다.
좋으신 분이라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길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배울 점이 많은 멋지고 훌륭한 어른이셨다.

베풀며 살고,
타인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고,
선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는 것.

오늘 천천히 집에 걸어가던 게 다 나를 만나기 위한 복이었다며,
무얼 해도 잘할 것이라고 따스한 위로와 응원들을 건네주셨다.
그리고 이사 온 지 10년 만에 번호 교환도 하고 서로 이름도 알았다.
십 여년간 근근이 마주보며 살았는데도 (심지어 짧은 대화도 자주 나누었는데) 이제서야 서로를 알았다.

주위를 둘러볼 새도 없이 살아가다보니 이웃과 이리 친밀하게 지내기가 어렵구나
뭐...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마침 손에 카메라가 들려있었고 할머니의 모시 옷이 화단 꽃과 잘 어울려서 한 컷 찍어드린다고 했다.
너무 고우세요~ 하며 칭찬을 남발하니 소녀처럼 좋아하셨다.

이 모습을 보니 거창에 계신 울 할머니 할부지 생각도 많이 났다.
얼른 뵈러 가야 하는데 놀기 바빠서 자꾸 미루고 있는 방학을 반성하기도 했다.
가족한테 제일 잘하라고 하셨는데,
그쵸... 맞아요.
할머니 할아버지 사진도 많이 남겨놔야겠다.

무튼 영옥 할머니 댁에 심심할 때마다 전화해서 내려가서 놀기로 약속도 했다.
고기 드리고 가방 들어드리고 매실차와 용돈을 받았다.
세번 정도 거절했는데도 쥐어주셨다.
마음이 뭉클했다.

가족도 이웃도 친구도 동물들도
세상의 모든 것은 사랑하긴 어렵겠지만
난 그 어려운 걸 해보려고 한다.

다들 작은 것들도 사랑하면 좋겠다.
지구도 우주도 너도 나도
모두 사랑해!

(4.5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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