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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루다
20년도 9월에 썼던 글 중 일부를 가져와 보았습니다 :)
[프롤로그]
사회복지사를 직업으로 선택했고, 일한지 n년차로 직장 경험치가 점점 쌓이고있지만 어떤 날은 사회복지가 진절머리나도록 싫고 때려치고싶을 때가 있다.
천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속은 모른다는데, 거의 매일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사건을 마주하고, 새로운 민원이 발생하니 스트레스는 증가할 수 밖에.
이 책은 그 때 마다 불길처럼 치솓는 감정을 꾹꾹 눌러담아 썼던 생각노트를 엮어 만들었다.
※본 본문은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을 가졌을 뿐인 '한 사람'의 개인적인 생각과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므로, 다소 편협되거나 이제껏 생각하신 사회복지사의 이미지에 부적합 할 수 있으니 이점 양해하시고 읽으시기 바란다.
또한, 여기 등장하는 복지기관 특정이용자들을 비방하거나 색안경을 끼라고 쓰는 글이 아니다. 그저 아직 대한민국에서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에 대한 처우가 좋지 않다 생각하기에 그들을 한 번 떠올려보고 생각해주기를 바라며 쓴 글이다.
-장애인 인권 중요한데요.. 저도 죽을 것 같아요
종사자(사회복지사)가 시설의 지적발달 장애인을 폭행했고, CCTV에 이 모든게 찍혔단다. 뉴스 첫마디만 듣고도 말문이 턱턱 막힌다. 그리고 혼자 중얼거린다 "세상이 말세네 말세야..."
그런데 언젠가부터 "혹시 사회복지사에게 이유가 있지 않을까?"는 생각을 하게됐다. 폭력에 이유가 어디있겠는가? 말도 안되는 생각이라며, 정신차리라며 스스로 질책하기를 반복하지만, 처음부터 이런 생각을 한것은 아니다.
나는 2017년부터 18년 초중반까지 1.5년을 장애인주간보호센터에서 근무했다. 국가에서 분류한 장애의 종류는 15개. 장애 유형에 따라 케어방법이 천차만별이기에 장애인주간보호센터도 이용장애인에 따라 성격이 조금씩 다를 수 밖에 없는데, 내가 일했던 곳은 총 인원 12명에 이용장애인의 대부분이 발달장애인이었다.
발달장애는 또 지적장애와 자폐성장애(이하 스팩트럼장애)로 나뉜다. 특히 스팩트럼장애 같은 경우 자기만의 확고한 세계와 감정이 있어 타인과 소통이 단절돼 있는 경우가 많은데, 간혹 현실이 이들만의 세계와 충돌하는 일이 발생하면 돌발행동(소리를 지르거나 기물을 파손하거나, 타인에게 상해를 가하는 등)으로 표출되는 경우가 있다.
이들의 돌발행동을 사회복지사가 다 알아채고 하나하나 캐치해 내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기엔 현장에 사회복지사는 턱없이 부족한것이 현실. 18년도 기준 12명의 이용자에 3명의 사회복지사와 1명의 공익요원이 근무하니 사회복지사 1명당 최소 4명의 장애인을 케어한다. 나의 몸은 한개요.. 손은 두개이니 한번에 어러 장애인의 돌발행동이 발생한다면? 생각만으로도 아찔하다.
나는 이 당시 스팩트럼장애의 정도가 심한 이용자 들에게 상습적으로 상해를 입었다. 손톱으로 온 몸이 긁히는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요, 갑자기 달려와 머리카락을 잡아당겨 머리카락과 두피가 뜯겨나가기도 하고 또 갑자기(예고없이 정말 갑자기 달려든다.) 주먹으로 얼굴을 가격당하기도 했다.
가장 많은 상해를 입힌 장애인이 A, 그다음을 B로 칭하겠다.
인사이동으로 장애인주간보호센터에 오게된 후, 처음 A에게 상해를 입었을 때는 눈물이 나왔다. 직업적으로 평정심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눈물이나와 두세시간 가량을 분리된 프로그램실에서 나오지 못하고 일도 하지 못했다. 그것이 몇 달 반복되고 1년쯤 되었을 때, 놀랍게도 이 폭력에 점점 내가 익숙해지고 있었다.
아이러니 한 점은 이 장애인이 나를 싫어한 것이 아니라 좋아했다는 것이다. 이 당시 나는 이용장애인들에게 애정이 많았고, 당연히 그들에게도 똑같았다. A,B는 집에 도착하면 자신의 부모에게 있었던 이야기를 하며 "OOO선생님 좋아요"며 말했다고 했다. 시설 이용 장애인이 나를 좋게 생각한다는 점이 고마우면서도 '그런데 너는 왜 나를 자꾸 괴롭혀? 왜 나를 아프게해?'는 생각이 밤새도록 머릿속에 맴돌아 불면증도 앓았다.
평소와 같이 이용 장애인들과 함께 운동p/g을 진행하고 있었던 17년도 말. 이용자들은 줄을 서서 번갈아가며 닌텐도를 하고 있었다. A는 평소에도 본인이 하기 싫어하는 p/g은 참여를 거부했고, 억지로 참여시킬 시 폭력으로 이어지는 전례가 있어 운동을 거부하는 A는 따로 본인이 하고싶은 행동을 하도록 둔 상태였다.
그런데, 다른 장애인들과 운동을 하고있던 나에게 갑자기 달려들어 나를 들어 바닥에 던지는 일이 발생한 것.(던졌다는 말이 정확한게, 그 때 당시 나는 몸무게 47kg, A는 100kg가까이의 힘 센 남자 장애인 이였다.)
갑자기 발생한 폭력에 내 몸은 날아갔고 상황을 지켜본 다른 사람들이 놀라 달려오는데도 내 마음은 이상하리만치 평온했다.
마음이 진정되지 않아 프로그램실에서 숨죽여 울던 내가, 부들부들 온몸을 떨던 내가 장애인들의 폭력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되어 간다는 사실에 스스로 많이 놀랐다. 그 점을 깨닫게 되면서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들이 일었고, 그 다음해 3월에 결국 퇴사를 결정했다.
평소 나는 주변에 힘든 일을 잘 말하지 않는다. 직장이야기는 더더욱 그랬다. 게다가 "나 직장의 이용자(장애인)들에게 맞으면서 회사다녀"라고 어떻게, 누구에게 털어놓겠는가.
한참 지난 지금, 언론에서 장애인에 대한 사회복지사의 폭력이니 하며 시끄러울 때 '어쩌면 저 사회복지사도 나와 같은 일을 당하지는 않았을까?', '참고 참다가 폭발해 폭력이라는 잘못된 선택을 저지른건 아닐까'며 씁쓸한 마음이 든다. 물론 그 스트레스를 폭력으로 표출한건 정말 잘못됐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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