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자신 있는 것은 아니고요. 흔들릴 때 마다 열어보는 다짐을 가져왔습니다.

어렸을 적 저의 집은 지독하게도 가난했습니다. 과장이 아니라 정말 찢어지게요. 쌀이 없어서 남은 쌀로 죽을 쒀 나눠먹거나, 라면에 소면을 더해 먹는 일들이 많았습니다. 창문은 깨져서 테이프로 칭칭 막아두었고, 겨울은 난방비가 늘 부족했죠. 집 안에서도 두꺼운 옷을 입은 채로 생활해야만 했습니다. 호-하고 불면 입김은 가난만큼 자욱하게 나와댔고, 겨울은 유난히도 힘들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제 방 하나 없이 네 가족이 한 방에서 지내며, 사춘기를 다 보냈습니다만. 지나온 가난은 진정 선물이었습니다. 방 한 켠에 구겨넣어져, 매년 나오는 입김을 함께 봐댔고, 서로의 체온을 통해 길었던 겨울을 견뎠죠.

아버지는 자기 전, 항상 어머니께 '사랑합니다. 중전. 그리고, 아들들'이라며 부끄럽다는 듯 멋쩍은 웃음과 함께 하루를 마무리 하곤 했습니다. 구멍 뚫린 집과 '중전'이라는 호칭은 전혀 어울리지 않았지만, 그의 사랑에는 조건이나 제약이 붙지 않았고. 배는 굶어도 그 누구보다 드넓은 사랑을 보여준 아버지는. 세상과, 나와, 주변을 바라보는 따듯한 가슴을 선물했죠.

돌아오자면, 휴먼 어라운드 커피를 구상한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성공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정말 말도 안되지만, 돈과 같은 물질적인 영예로부터 더욱 멀어지기 위해서입니다.

돈의 가치를 폄하하고, 무소유를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닙니다. 배고플 때 배불리 먹고, 아늑한 집에서 편안히 쉬는. 각자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돈이 꼭 필요한 요소라는 것을 결코 무시할 생각은 없습니다. 가난은 꽤나 힘듭니다. 쉽게 가지고, 입고, 먹는 등. 모든 것으로부터 멀어져야만 합니다.

그럼에도 돈이 곧 성공이라는 믿음의 가치 체계는 언제든 무너지기 쉬울 겁니다. 죽어라 노력해도, 함께 자란 친구의 발끝도 못따라 간다면 더 빠르게 무너질 수 밖에 없겠죠. 만일 우여곡절 속에 성공하더라도 언제 이 탑이 무너질지 알 수 없는 노릇이라, 아마 불안은 더 가중될 것입니다.

돈에 대한 믿음은 우리의 현재를 점점 더 위태롭게 만들고 있습니다. 자신의 처지와 반대되는 힘있고, 예쁜 삶들은 넘치다 못해 끝을 모르듯 범람합니다. 이러한 범람은 우리가 본래 가지고 있는 고유한 것들로부터 멀어지게끔 하고요.

연유로 사랑, 우정, 열정과 독창성, 예술은 지금도 먼지만이 켜켜이 쌓여나가고 있습니다. 돈이 곧 사회적 성공이라는 믿음 때문에. 돈이 없다면 실패한 인생이라는 사회의 두려운 시선 때문에 말입니다.

저 또한, 두려웠습니다. 사실 지금도 너무 두렵습니다. 입술이 빠짝 말라, 피가 나도록 부르트던 지난 날. 제게는 달걀 한 알만큼의 위로와. 모래 한 줌만큼의 용기만이 필요했을지도 모릅니다. 저의 이상과 사랑이 영원할 수 있도록. 대가 없이 자신들의 사랑을 건네준 그들 덕분에 이제막 두려움을 딛고 출발선에 설 수 있었습니다.

주말 없이 뛰어가며, 악착같이 살아냈던 저의 빛바랜 20대는 이것을 위해 기꺼이 투자하겠습니다.

아버지가 보여준 광활한 사랑을 통해, 이 시대에 저버릴 수 밖에 없었던 우리만이 가지는 가치들을 조명하고, 먼지가 소복이 쌓인 우리의 순도 높은 사랑을 다시금 털어내어 응원하려 합니다. 정녕, 지금은 아무도 조명하지 않는 이 가치들을 한아름 모아내어, 더 나은 공동체의 삶을 지향하기 위해. 이것에 나의 청춘을 기꺼이 투자하겠습니다.

humanity, youth, records.
all these. from ours.

human around coff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