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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루다
태풍이 내가 사는 지역을 관통하는 동안 나는 긴 낮잠을 잤다. 오랜 공복 탓인지 머리가 아파오는 듯 했고 언니의 집에 남겨둔 어제의 흔적을 가볍에 지우며 밥을 먹기 위해 집을 나선다.
시원한 공기. 새벽의 요란스러움이 무색할 정도로 공기 중에는 희미한 매미소리만이 남아있다.
가려던 돈까스 집은 문이 닫혀있었고 쌀밥을 먹고싶다고 생각했다. 이십분 정도를 걸어 도착한 식당. 음식을 주문했고, 음식을 기다렸고 음식을 받았다.
밥을 먹는 동안 모녀지간으로 보여지는 손님들이 차례로 들어왔고 그들은 익숙한듯 음식을 주문하고 앉아서 기다리고 있다. 엄마와 나는 영원히 저런 사이가 될 수 없겠지. 갑자기 눈물이 나왔고 짠 밥을 배불리 먹었다.
낮에 엄마에게 카톡이 왔었다.
어린 시절 험하게 커서 성격이 좋지 않은 탓이다
너는 나에게 원망이 많구나
노력하지만 여전히 나의 행동이 폭력적인 것 같구나
엄마가 왜 이렇게 밖에 될 수 없는지 나는 안다. 그걸 엄마의 탓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럼 엄마의 엄마의 탓인가 아니면 엄마가 선택할 수 없었던 주어진 삶의 탓일까
이해할 수 있을까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겠지
근데 그걸 이해라 말 할 수있을까
그치만 그건 그만의 몫으로 남겨두면 안될까.
그건 당신의 역사일 뿐이고 나의 역사는 여기 있다고
나도 누군가에게 이해받고 싶다고. 온전한 나의 전부를
서러웠다.
엄마는 자신의 복합적인 감정을 그저 화와 폭력의 형태로 나에게 쏟아부었고 나는 참았다. 꼭 지뢰를 피해 걸어다니는 기분이었다. 사랑한다면서 나에게 하는 행동이 고작 이거네. 어린 나는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다. 여러 사건들의 종결은 그저 엄마의 화가 사그러드는 그 순간 일 뿐
나의 감정
나의 감정을 살펴주지 않았고 나는 나의 감정을 돌볼 줄 모르는 사람이 되었다.
그렇다
남 탓이다
좁히고 싶었고 좁힐 수 없음을 확인하였다.
어제 엄마에게 고함을 지르고 의자를 바닥에 팽개치며 집을 나서는데 그순간 나에게 가장 크게 자리한 감정은 개운함이었다. 웃기다
상처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냥 내가 받은 상처만큼만
그렇게 나는 풍요롭고 포시랍게 큰 주제에 부모 감사한 줄 모르고 내 감정만 앞세우는 사람이 되었다
근데 그냥 그러면 안될까.
내 흉터를 보라고
이게 어디서 온 줄 아냐고
정말 모르겠냐고
내가 맞다는 말을 듣고 싶다
나는 맞지도 않고 틀리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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