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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문장
피할 수 없었다, 쓴 아몬드 향기는 언제나 그에게 보답 없는 사랑의 운명을 상기시켰다.
추운 겨울이 왔다. 눈을 감고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뱉어본다. 그럼에도 코에서 여전히 맴돈다.
얼마나 시간이 흘러야 네 흔적이 옅어질까. 속절없이 다가오는 지난날들의 잔상이 또다시 무너트린다.
쓰디써서 삼킬 수 없었다. 그렇다고 뱉을 수도 없었다.
애써 잊어보기 위해, 아니 장기 속 떠다니는 그녀의 흔적을 모조리 소모해버리기 위해 아몬드 라떼를 마셔본다.
그것은 최고의 시기였다, 그것은 최악의 시기였다, 지혜의 시대이기도 했고, 바보들의 시대이기도 했고, 믿음의 시대였고, 불신의 시대였다, 빛의 계절이었고, 어둠의 계절이었다, 희망의 봄이었고, 절망의 겨울이었다, 우리는 모든 것을 갖고 있었고, 아무것도 갖지 못하기도 했다, 우리 모두는 천국으로 향하고 있었고, 또 반대로 가고 있었다. 모든 것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었다.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고, 빛과 어둠이 엉켜들며 우리는 그 속에서 계속 살아가야만 했다.
모든 아이들은 자란다, 한 명만 빼고. 하지만 겉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것은 온전히 아이의 마음에 달려있기에 원한다면 머무를 수 있다. 물론 세상은 그대로 받아들여주진 않는다. 나이가 들면 나이에 맞는 말투를, 원하지도 않는 옷을 입히곤 한다. 아이이고 싶은 마음은 숨겨져야 할 때가 있다.
하지만 소중하게 간직한다. 계산하지 않고 기뻐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작은 일에도 눈을 반짝이는 그런 아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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