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정하기
첫 문장
그레고르는 어느 날 아침 거북한 꿈에서 깨어나면서, 자신이 침대에서 괴물 같은 벌레로 바뀐 것을 발견했다.
09:05
처음 눈을 떴을 땐, 자신이 벌레가 되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 지난 밤엔 술이 진탕 취했었다. 취업에 뒤늦게 성공했다. 축하 파티였다. 그 바람에 몸을 일으키지 못 하는 것인 줄 알았다. 그레고르는 눈을 조금 더 붙이기로 했다.
10:15
그레고르는 여전히 몸을 일으키지 못 했다. '몸을 옆으로 눕고, 팔로 지면을 민다.' 생각만큼 몸이 영 작동을 않는다. 분명 움직이는 느낌이 있는데, 관절이 도와주질 않았다. 안되겠다. 소리를 질러야겠다. 옆 집까지 내 목소리가 닿기를 바랐다.
10:30
전부터 눈 앞에 거뭇한 나무 막대가 보였다. 막대는 마치 활의 오금처럼 부드러운 곡선을 그려가며 움직였다. 저것은 무엇이길래 아까부터 눈 앞에서 아른거리는가. 아, 술 기운이 남은 것일테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괴상했다. 목소리도 나오질 않는데, 눈 앞의 저 막대 탓인지 머리가 깨질 것처럼 욱신거렸다.
10:40
그레고르는 포기할 수 없었다. 자신의 방. 익숙한 냄새. 원목으로 만든 책상 위엔 전 날 받은 선물이 있었다. 그 옆으로 전신 거울이 놓여있고. 거울 위에는 그레이 스트라이프 셔츠가 던져져 있었다. 선물 박스가 열고 싶다.
10:50
그레고르는 몸이라도 뒤집으려 애썼다. 발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애벌레처럼 기어서라도 움직이려 했다. 양쪽으로 진자 운동을 하듯. 몸을 양쪽으로 번갈아가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관절은 여전히 말을 듣지 않았지만, 그레고르는 몸통을 최대한 말아 흔드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10:50
그레고르는 결국 몸을 뒤집는 것에 성공했다. 그리고는 천천히 기었다. 천천히.
10:51
그레고르는 어느 날 아침 거북한 꿈에서 깨어나면서, 자신이 침대에서 괴물 같은 벌레로 바뀐 것을 발견했다. 눈 앞의 거뭇한 막대는 더듬이었다. 역겨움이 몸 깊은 곳에서부터 차고 올라왔다.
(5.0매)1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