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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약점과 단점

"넌 얘가 단점이 없어"
가시가 느껴진다. 뉘앙스가 그렇다. 별말없이 앉아있던 난 갑자기 단점이 없어서 왠지 별로인 사람이 되어버렸다.
사람을 볼 때 장점과 단점이라는 이분법적 시각으로만 상대를 본다면 그를 제대로 볼수있는 기회를 놓쳐버릴 수 있다. 관계의 성격에 따라 우린 상대가 보여주는 일부로 그를 만나게 된다. 그래서 누군가를 안다라고 말하는 것은 항상 조심스럽다. 인간이란 입체적인 존재라서 스스로도 제대로 보기 어려울 때가 많다.
장단점을 말하는 것은 그래서 판단이다. 상대를 보는 시선이 그의 장점과 단점을 만든다. 내 단점도 마찬가지다. 내가 나를 보는 시선이 만드는 거다. 문득 열이 받는다. 그는 나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왜 납작하게 눌러버리지? 하는 생각이 든다. 그의 판단이 나의 판단을 일으킨다. 나에게 그는 일차원적인 사고가 단점인 사람이 되었다. 내가 뭘 어떻게 해도 그는 나를 자신의 방식대로 재단하고 판단해버릴 것이다. 그래서 굳이 그의 말에 대응하지 않기로 한다. 그냥 계속 단점 없는 인간으로 남는 게 여러모로 편리하다.
어떤 사람도 섣불리 판단하고 싶지 않다. 사람을 하나의 우주로 여기고 매번 신비롭게 바라보고 싶다. 단점이 있네 없네라는 판단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말이다.
약점도 같은 맥락이다. 내가 약점이라고 여기면 약점이다. 난 약점이 있을지도 모른다. 모든 극단이 통하듯 나의 약점은 자주 강점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약점, 강점도 굳이 만들어내지 않겠다. 그냥 나는 우주다. 우주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신비로운 일들이 일어난다. 그러니 내가 의외의 말과 행동을 한다면 신비롭다고 여겨주기를. 내가 당신을 신비롭게 여기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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