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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 상태의 어둠.

검은 화면이 회색 화면으로 그리고 2호선 지하철 안으로 전환된다.

서울의 오전 8시.
지하철 내부엔 손잡이를 잡지 않고도 사람들이 있을 수 있을 만큼 사람들로 가득 차있다. 지하철 손잡이 앞에 서있는 그녀는 주인공 선영씨다. 어쩐지 그녀의 표정이 어둡다. 울적하다가 맞는가. 표정이 없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밝음과는 정반대의 표정인 그녀가 있다. 그녀는 오늘도 출근을 위해 빡빡한 지하철에 탑승해있다.
어제도 저녁 8시까지 야근을 한터라 수면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을 것이다. 오늘따라 운수가 없는 그녀는 시흥에서 자취중이다. 2호선 사당역으로 가는 직행 3301버스 안에서도 자리가 없어 1시간가량을 서서 왔다. 그래서인지 출근 전부터 얼굴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녀의 눈앞에 손잡이가 달랑달랑 흔들린다. 잠시 눈빛이 흐려지며 현실과 꿈의 경계도 같이 흐려진다.

그녀의 눈앞엔 밧줄이 매달려있다. 손을 뻗어 밧줄을 양손으로 움켜쥔다. 신고 있던 7센티 구두의 뒤꿈치를 빼며 더 높이 올라선다. 밧줄에 목을 매달아본다.

아차, 그건 그녀의 상상이었다.
다시 눈을 떠보니 그녀는 지하철 손잡이를 움켜쥐고 있었다.
아쉽게도 오늘도 생을 마감하려는 시도가 실패했다.

(3.1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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