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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경은 눈을 깜빡였다. 쿠궁쿠궁. 1호선 지하철은 어느새 상인역을 지나고 있었다. 상인역 다음은 월촌, 송현... 이대로 십오분을 더 가서 명덕역에 내릴 것이다. 익숙한 출근길이었다.
그런데 내가 출근을 하고 있었던가? 기억이 나지 않았다. 흐릿하게나마 떠오르는 마지막 기억은 회사 건너편 샤부샤부 뷔페에서의 회식 자리였다. 연경의 회사 상사는 샤부샤부만큼 완벽한 음식이 없다며 회식 10번 중 8번은 샤브집을 골랐다. 그녀 또한 좋아하는 메뉴였기에 불만은 없었다. 그리고 지금. 술을 마신 것도 아닌데 도통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이상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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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경은 휴대전화를 확인하기로 마음먹었다. 설사 회식자리에서 못하는 술을 잘못 마셔 기억을 잃었다 해도 휴대전화의 기록이 무언가를 알려줄 것이었다. ‘휙’ 빠르게 시선을 돌렸다. 그 순간 그녀는 자신이 실체가 없이 둥둥 떠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헉. 잠깐만. 내가 왜? 언제부터? 머리가 지끈거렸다. 아니. 사실은 지끈거릴 머리가 없었지만 그것은 중요한 게 아니었다. 꿈일까? 꿈이라기엔 이상하리만큼 모든 것이 선명했다. 내가 미친 걸까? 아니, 죽은 걸까? 매일 아침 출근길이 죽도록 싫었지만, 그렇다고 당장 죽고 싶단 건 아니었다. 그것도 아니라면 언젠가 봤던 영화 속 주인공처럼 사고에 휘말려 병원에 누워 있는 걸까? 정면으로 바라본 지하철 유리창에 연경의 모습이 비치지 않고 있었다. 연경은 이 비정상적인 공간에 비정상적으로 부유하고 있는 자신이 소름 끼쳤다. 어딘가에는 내가 보이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아니 있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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