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귓가에 쇳소리가 맴돈다. 눈앞엔 흔들리는 플라스틱 손잡이뿐. 손잡이는 시간의 흐름만큼 빠르게 발버둥치고 있다. 힘차게. 더 힘차게. 마치 이 공간을 벗어나려는듯 기를 쓴다. 나는 손잡이에 얹혀 오늘을 살아내려 발버둥친다.

손잡이는 오늘을 살기 위한 동아줄이자 내 목숨줄.
이 지하철에 내 자리는 없다. 회사에서도 자리잡지 못했다. 나는 이 모든 것을 더 움켜쥐어야만 한다.

지잉. 휴대폰에는 이해하지 못할 단어만 늘어져 있다. 감사와 칭찬과 격려를 돌고돌아 마지막에는 이렇게 쓰였다.

'이달 말까지만 출근하시면 됩니다.'

이것은 사형선고. 이 동아줄은 해님달님이 되게 해 줄 동아줄이 아니었구나. 내 목을 죄일 동아줄이었구나. 부디 이 손잡이가 썩은 동아줄이었기를. 그래서 목숨이라도 부지하기를. 이제와서야 바라본다.

손잡이에 겨우 매달려 온몸을 지탱하던 나는...
오늘 아침, 태연한 인파 속에서 그렇게 공개처형을 당했다.

(2.3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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