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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집을 나서 지하철 30분. 동대구역에서 기차로 45분. 다시 급행 버스를 타고 33분. 광안 바다의 오른쪽 끝자락 2층에 위치한 가게. 처음은 우연하게 들어갔고, 한 번의 경험이 나를 매년 발걸음 하게 했다. '일본에서 배워 온 자가제면 우동' 오직 우동을 먹기 위해 찾은 곳. 이곳의 우동은 특별하다. 따듯하게 먹는 일반적인 우동이 아닌 국물 없는 냉우동이 대표 메뉴이기에.
2012년, '냉우동'을 여기서 처음 맛봤다. 반했다. 벽면 가득 큼지막하게 붙여놓은 '자가제면' 홍보 문구답게 면발이 끝내준다. 탱탱하면서 쫄깃하고, 그런데 부드럽고, 내 어휘로는 감히 설명할 수 없는 내 생의 최고의 우동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거기에 살짝 붓거나 면을 적셔 먹는 특제 소스는 두말할 것이 없다. 얼마나 홀딱 반해버렸냐면, 한동안 대구로 돌아와서 우동 노래를 불렀다(즉석 해서 흥얼거리다가 만들었다). 부산에 여행 간다는 친구가 있으면 그 가게는 꼭 가야 한다며 일정에 끼워 넣으라고 외쳤다. 오직 '우동'을 먹기 위해 부산행 기차표를 끊었다. 우동 한 그릇을 먹고 잠시 바다를 보고 다시 돌아오는 기이한 부산행.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우동이라는 음식에는 뭐랄까, 인간의 지적 욕망을 마모시키는 요소가 들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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