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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유영하는 오후

주차장에는 빈자리 없이 자동차가 들어서 있었다. 형빈은 자신이 빌린 차를 잦기 위해 주차장에서 십 분째 배회하고 있었지만, 찾지 못하고 있었다. 5732. 그는 중얼거리면서 주차된 자동차의 표지판을 들여다봤다. 자신이 빌린 차가 경차인 것을 알면서도 차종을 가리면서 보진 않았다. 자동차를 빌리는 앱에서 오류가 있었을 수도 있으니까. 형빈은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고, 배제하지 않아서 득을 보기도 실을 보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실을 더 많이 보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살던 대로 사는 중이었다.
순서를 제대로 맞추지 않은 포커 카드와 비슷하다. 아무리 찾으려고 해봐도 시간이 소실될 뿐 차를 찾지 못했다. 형빈은 자동차를 몰고 얼른 유영이 있는 곳으로 가야 했다. 유영은 형빈을 기다리고 있었다. 형빈은 자신을 기다리다고 있다고 말할 유영을 기다리고 있었고, 삼 년 만에 전화를 걸어왔을 때는 다른 일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유영에게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네가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게. 유영이 있는 곳까지 가는 기차표는 이미 전부 매진이었으며 버스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방법이 날아가지 않고서는 렌터카가 유일했다. 형빈은 더 이상 이 주차장에서 자동차를 찾는 일을 멈춰야겠다고 여겼다. 형빈이 십 오 분 동안 자동차를 찾으면서 느낀 생각으로는, 주차장이라는 장소에는 뭐랄까, 인간이 추구해야 할 도전 의식을 천천히 소멸시키는 요소가 깃들어 있는 것 같았다. 이대로 더 여기 있으면 유영에게로 갈 다짐조차 소멸할까 봐, 그는 두려웠다. 자동차 렌트앱에으로 들어가 예약을 취소하고, 앱도 삭제했다. 자동차를 빌려주는 앱은 많았다. 그는 다른 앱을 찾았고, 설치했다. 그리고 당장 타고 떠날 수 있는 자동차를 예약했다. 이 주차장이 아니라 저 주차장으로. 형빈은 휴대폰을 보며 저 주차장을 향해 뛰어갔다. 5732. 주차장을 빠져나올 때쯤 원래 그가 빌렸던 차를 발견했다. 넌 항상 네가 원하는 것을 제대로 보려고 하지 않더라. 그러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이 없다고 믿어버리더라. 유영의 말이 떠올랐다. 형빈은 잠깐 멈춰섰다가 저 주차장을 향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5.5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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