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정하기

하루키

지친다. 일주일 중 4일은 근교로 기차를 타고 출퇴근한다. 고작 17분간 기차 안에서 덜커덩대다가 짐수레 바퀴처럼 역 주변을 잰걸음으로 굴러다니다 보면, 뇌 조직이 조각조각 분절되어 역 주위의 의미 없는 움직임을 따라 휩쓸려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주말 이틀은 도서관 어린이 자료실에서 일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어린이 자료실이라는 공간에는 뭐랄까, 없는 인류애를 한도 끝까지 인출해가는 요소들이 도사린다. 어린이는 죄가 없다. 그렇다고 부모도 완벽할 순 없다. 아이를 방치하는 부모와 부모를 따르지 않는 아이가 조용해야 하는 도서관이라는 공간에서 혼재하는 순간에는 책임의 대상을 견준다. 그러다 보면 그 공간에 근무하는 사람으로서 책임을 이행할 순간을 놓친다. 인간-나를 포함한-과 모든 것에 애정이 탈락되고 마는 것이다.
퇴근하고서는 매일 토막글을 쓰는 모임을 17일째 참가하고 있으며, 이직을 준비하기 위해 이력을 정리한다. 이번 쉬는 날, 오전에는 다섯 개 회사에 갈겨 쓴 이력서를 제출했으며 오후에는 머리를 싸매고 쓰던 소설을 탈고했다. 조사조차 맞추지 못하고 내던지는 자기소개서와 같은 문장을 몇 번이나 쪼개고 다시 조립하는 소설 비슷한 것이 글이라는 분류로, 또 나의 하루라는 시간으로 묶인다. 읽히지도 않을 자기소개서 항목이라 체념하다가도 세상에 나오지 못해 읽히지 못하는 소설에 기대를 싣는다. 그러다 보면 특별히 '문학적인 은유'라고 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그래도 글을 쓴다는 행위는 묘하게 생을 닮아아 묘하게 이어지는 법이다.

(3.8매)

3

1

이전글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