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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친구가 소개팅을 주선해줬다. 친구는 내 이상형이 까다롭다고 했다. 우선 예뻐야 한다. 키는 163cm 이상에 늘씬했으면 좋겠다. 털털하되 감정기복이 없는 여자를 좋아한다. 이 기준들이 그렇게 까다로운 것이라 볼 수 있을까. 그저 '완벽한 여자'를 원하는 것일 뿐인데, 어찌보면 단순하다.

그 친구는 자신만만해하며 만남을 이어줬다. 메신저로 인사하고 약속을 잡는데, 예감이 좋다. 서로 주도권을 양도, 행사하며 대화하는 느낌이다. 이게 티키타카인가? 소개팅 장소도 먼저 제안하다니. 수제버거? 신선하다. 수제버거집에서 소개팅은 처음이다. 그전까지 난 스시나 파스타를 먹으며 소개팅을 했다.

소개팅 당일. 난 친구의 소원 하나를 들어줘야겠다고 결심했다. 상대방이 참 예쁘다. 단화를 신었지만 163cm 이상으로 보였고 늘씬했다. 아직 깊은 대화를 안했지만, 털털하고 감정기복도 없는 사람일 것 같았다. 그건 천천히 알아가볼 예정이다.

궁금한 게 있었다. 왜 햄버거집인가? 물어봤다. 별 다른 이유는 아니고, 최애음식일 뿐이란다. 그래서 새로 개업하는 햄버거집을 다 찾아가본다고 한다. 단순한 이유다. 그래서 다행이다. 오마카세보다 햄버거를 좋아해서. 점점 그녀가 마음에 들었다.

이윽고 반으로 컷팅된 햄버거가 나왔다. 나는 베이컨 치즈, 그녀는 크리스피 치킨.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햄버거를 집었고, 아-하며 턱을 벌려 입안에 넣었다. 밀어넣는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양상추와 피클 하나, 케첩 및 머스터드 일부가 접시에 후두둑 떨어졌다. 우물우물거리며 미소 짓는 그녀를 보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햄버거라는 음식에는 뭐랄까, 남자의 호기심을 상승시키는 요소가 들어 있는 것 같다.

(4.2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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