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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아마 와닿지 않을 표현일테지만, 마치 시간이 탈선한 것 같은 기시감을 묘하게 느꼈다. 분명 언젠가 본 적이 있었다.

온통 건조한 흙바닥이었다. 흙은 물 다 빠진 뻘의 자리만큼 넓고 광활하게 펼쳐져있었다. 그 끝에서 매마른 지면이 하늘과 맞닿아서 가로로 긴 축을 그었다.

외벽을 나무로 쌓아올린 작은 가게 하나가 그 균형을 깼다. 하늘과 지면이 맞닿은 그 축에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이런 황무지에 가게가 있는 것도 의아했지만. 당장 어린 아이나 먹을 법한 간식들이 곳곳에 널려있었다. 이게 자연스럽기 보다는 서늘케 하는 것이. 서스펜스 영화마냥 괴기스럽기 짝이 없었다. 주인장이 겨우 고개를 내밀만 한 계산대 구멍 위로는 '안녕하세요'라는 팻말이 바람을 타고 덜그덕거릴뿐, 인기척이 하나 없었다.

기억의 축이 몸 속에서 꿈틀거렸다. 저기, 저- 팻말마냥 덜그덕 소리를 내면서, 아주 생생한 소리로 다가왔다.

광양만을 질러온 날선 북풍이 지면을 그대로 긁었다. 긁힌 모래들이 속수무책으로 굴렀다. 그것들은 서로 부딪히며 다시 쪼개지고. 땅에 처박으며 갈라졌다. 모래들이 가게를 싸고 돌며 차자자작- 소리를 내었는데, 나무 합판을 이어붙인 벽을 파고들 듯 쏘아대는 탓이었다.

내가 이 곳에 왜 왔는지. 어떻게 도착했는지. 누구와 왔는지. 누구와 함께 온 것은 맞는지. 사실 그 무엇도 알 수가 없었다. 나는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을 뿐이었다. 눈을 떴을 때 이 곳에 내가 놓여있을 뿐이었다. 나의 시간은 배열이 명확하지 않은 사전과 비슷했다. 당장에 알 수 없는 것들이 널부러진 형태로 존재했기에. 아무리 뒤적여봐도 시간만 낭비할 뿐. 뭐라 규정할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깊이 처박힌 세포들이 활발하게 교감하기 시작했다. 호흡을 거칠게 만들고, 동공을 확장시켰다. 파도가 수면을 감싼 채 부서지듯. 신경전달물질들이 혈액을 파도삼아 넓게 부서졌다. 그 작용으로 심장은 쥐어 짜듯 과도하게 수축되며, 아드레날린이 혈관 곳곳으로 신속히 침투할 수 있게끔 길을 텄다.

-얼마 전에 꾼 꿈ㅋㅋ.

(5.1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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