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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
물론 오판 가능성, 범죄 억제의 불확실성 등의 주장도 충분히 납득이 가고 일리 있는 얘기다.
하지만, 이춘재.유영철.조두순.이영학.정유정. 그 외 다수. 흉악범이 웬 인권.
유영철은 현장 검증 당시, 피해자의 시신이 묻힌 장소를 지목하지 못했다. 많은 사람을 살해해 기억의 오류가 생긴 탓이었다. 우거진 산 속을 힘들게 동행한 형사 중 한명이 잘 찾아 보라며 다독였다. 다음엔, 째려보며 여기가 맞냐고 되물었다. 그래도 못찾겠다면, 다시 내려가 올라와보자고 했다. 그에 대해 "아씨, 똥개훈련 시키는 것도 아니고, 이게 뭐야." 라고 버럭 했다. 흉악범이 웬 인권.
이춘재는 접견 당시, 프로파일러 들에게 "혹시 내가 입을 열면 당신들 승진도 하고 그러나. 그럼 내가 이야기 좀 해줄까" 라며 생색을 냈다. 화성연쇄살인사건 피해자의 유류품 DNA 감식 결과 범인으로 지목된 이춘재는 처음엔 입을 열지 않았다.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자신을 접견하러 온 형사에게도 시침을 뗐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선 그의 자백에 기대를 걸 수 밖에 없는 상황, 그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얻을 것이 없는 싸움인데도 오로지 본인의 과시를 위하여 자랑을 가장한 자백을 시작했다. "살인 12+2, 강간 19, 미수 15" 그가 종이에 적은 내용이다. 흉악범이 웬 인권.
일부 범죄자는 옥살이를 하며 하느님께 셀프 용서를 받는다. 짊어지고 있던 수많은 죄는 불현듯 찾아온 하느님에 의해 하나씩 굴러 떨어진다. 그들에게 두려움에 울부 짖었을 피해자, 그 눈물을 머금은 칼 한자루를 마음 속에 날카롭게 겨누고 있을 유가족은 그저 지겨운 메아리일 뿐이다. 여기 저기 지겨운 소리가 맴돌아 그의 귀에 들어올 때 쯤 더 추악해진다. 하느님, 아이고 하느님. 유가족이 괴로워 정신병원에 갈 때, 그들은 하느님께 갈 것이다. 유가족이 지쳐 머리가 다 빠질 때도, 그들은 하느님께 갈 것이다. 유가족이 10년 만에 나타난 딸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꿈에서 깰 때, 마침내 그들은 회개했다 할 것이다. 역시 모든 인간의 생명은 존중받아야 된다고. 흉악범이 웬 인권.
사형제 찬성 반대의 중심엔 늘 거론되는 인권 문제가 있다. 각종 시민단체, 종교단체가 인권에 대해 운운할 때면 더욱 반발심이 생겨 사형제 찬성으로 마음이 기운다. 인권은 태어남과 동시에 부여 받는다. 인권을 가진다는 것은 기본 권리다. 다만 그 권리에는 가꾸고, 다듬고, 정도를 지키며 살아가는 것까지 포함되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동물권이 아닌 인권을 갖게 된 이유다. 악의 정도를 자유롭게 드나드는 그들에겐 삶은 사치다. 흉악범이 웬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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