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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성
작은 마을을 하나 지었다. 결이 살아 있는 단단한 목재주택이 우리 집이다. 큰 마당에 신이 난 강아지들, 그리고 그 사이로 햇빛에 반짝이는 사과나무 한그루가 보인다. 따뜻한 햇살에, 기분이 좋아 한가득 밥을 지었다. 동네 이웃들을 모두 불러 모아 나눠먹을까 해서. 품앗이. 그래, 나도 몇 개 뜯어내야겠다. 아참, 그전에 해야할 일이 생겼다. 내 동생이 옆집 민수와 축구 약속이 있다며 데려다 달라 보챈다. 오랜만에 민수랑 인사하고 좋지 뭐. 기분이다. 오는 길에 저녁에 있을 식사 자리를 위해 장도 봐야겠다. 휘파람이 절로 난다. 나른하지만, 활기찬 하루다.
인간성을 떠올리면 온통 부정적인 정보가 가득하다. 인간성 상실, 인간의 추악한 모습, 인간미가 없어지는 현실 등. 반대의 모습은 어떨까. 비현실적이라지만, 혁신은 현실 너머에서 일어난다. 나는 따뜻한 인간성을 떠올리면, 위의 장면이 떠오른다. 수 많은 겹을 벗겨내면 딱 촛불하나처럼 타오르고 있는 작은 불씨같은 따뜻함. 도대체 저마다의 사연이 얼마나 깊으면, 우리 모두 이 불씨를 꽁꽁 싸매고 있을까. 싸매야 했을까. 치열한 경쟁에, 냉혹한 현실에, 떠밀리 듯 살다가도 나는 믿는다. 가려져 있을 뿐, 누구에게나 따뜻한 마을을 짓고 살고 싶은 동화같은 꿈이 있을 것이라고. 나에게 쌀쌀 맞게 구는 저 사람도, 뒤돌아서면 누구에게나 안기고 싶은 작은 어린아이의 마음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마을이 커지면 좋겠다. 우리 그 속에서 많이 울고, 웃고, 또 나누자. 꺼질 듯, 뜨겁게 타오르고 있는 불씨를 바라보며.
<잊고 살았지만, 잊혀지지 않은 내가 바랬던 따뜻한 인간성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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