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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성
어쩔 수 없이 인간의 말을 빌린다. 그렇다고 인간이 이 글을 읽고 이해해 주길 바라는 건 아니다. 인간은 대개 마음에 드는 것만 받아들이니까. 관찰해본 바에 따르면 처음 접하는 인간끼리는 대부분 착하려 한다. 양손을 내밀고, 안부를 묻는 식이다. 빙긋 웃기도 하고, 상대 말을 듣고 되묻기도 한다. 꽤 상호작용이 되는 모양새다.
몇 번 더 만나고 나면 각 인간은 이유를 들기 시작한다. 사소하게는 눈 모양부터, 말씨, 옷차림, 손가락 길이, 목소리 같은 걸 꼽으며, 나아가서는 도움이 되는지, 부려 먹기 좋은지 같은 것들로 상대를 가늠한다. 이는 모두 좋아하거나 싫어할 구실이 된다.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인간은 자기 선택에 진심이다. 싫어하는 경우, 자유의지는 어디다 쓰는지, 싫은 이를 끊어내지도 않고 인간이 덜됐니, 인간성이 부족하니 평판을 매긴다. 신경 쓸 필요 없다. 지내다 보니 인간미가 있네, 사람은 착하네, 하며 다시 친밀해지기도 하니까 말이다. 좋아하는 경우는 더 최악이다. 여간해서는 인간인 이성적이고파 하지만, 선호하는 대상에게는 예외다. 상대가 뭘 하든 좋을 이유를 갖다 붙인다. 간혹가다 이성을 차리는 인간도 있어 관찰해봤다. 그 인간은 상대를 좋아한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단지 자신을 더 좋아하면서 말이다.
물은 흐른다. 불은 뜨겁고, 흙은 자정한다. 인간은 뭔가. 흐르지도, 뜨겁지도 못한 주제에 반성은 드물고, 시간은 흐른다는 식으로 우긴다. 지었다가 파괴한다. 한 사람이 다 그런 건 아니라고 억울하기도 하겠지만, 각각 놓고 봐도 별반 다를 바 없다. 단지 본인 기준에 걸맞은 사람이 되고자 하지 않을 고생을 하며, 다른 인간과 다르다고 만족하는 정도의 차이다.
인간으로 태어나지 못해 다행이나, 위와 같은 이유로 질투가 난다. 강하지도 않은 것들이 멋대로, 잘만 살아남는다. 여태 봐온 인간은 그랬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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