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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함께 쓰는 동료의 글을 많이 읽어내지 못했습니다. 밤 11시가 다 되어서 허둥대며 그날 쓸 말을 뒤적이다 겨우 제출하고 나면, 스크롤을 훌훌 내리면서 눈에 들어오는 만큼만 활자를 읽어내고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 날은 새로운 글 주제가 떠 있었습니다.
저는 읽지도 못하면서, 누군가 내 글을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욕심이 나더군요. 내가 쓴 글이 쌓이는 것보다 글 하단 작은 도형 옆 숫자가 더 신경 쓰였습니다. 여기, 쓰는 이들이 모인 곳에서 잘 쓴 글이 되고 싶었습니다. 남다른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용을 써도 안 되더군요. 역시 세상에는 재미있고, 진실 되고, 간결한 사람이 많나 봅니다. 받아들일 수 밖에요.
우선 저는 글쓰기 경쟁에 참여 중이 아니란 사실을 자각했습니다. 다음으로 잘 쓴 글과는 별개로 마음에 가닿는 글이 있다는 사실을 읽으며 깨달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나 또한 다른 이들의 글을 읽지 않았음을 반성하는 중입니다.
여태 스치면서라도 제 글이 읽힘에 감사 인사를 먼저 할까 했는데요. 너무 혼자 수상 소감을 읊는 것 같아 관뒀습니다. 마지막 자유 주제임에도 이렇게 읽히는 글임을 신경 쓰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읽히고 싶은 사람인가 봅니다. 매일-사실 하루는 빼 먹었습니다- 쓰고 지우는 시간이 달았고, 3주를 어떻게 해치웠는지 기억이 안 날 지경입니다. 덕분에 '써야 하는데' 하며 글쓰기를 곯은 사람 마냥 구는 버릇을 고쳤습니다.
오프라인 모임에서 한숨을 푹푹 쉬긴 했지만, 영양가 없는 과제가 없었습니다. 종강의 여운 같은 것이 남네요. 크리스 교수님(?), 감사합니다.
언젠가는 여기 누군가에게 다른 글로 읽히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아마 또 게으름도 피우겠지만, 열심히 쓸 힘을 얻고 갑니다.

p.s. 오늘은 일찍 제출해서요, 다른 분들 글을 다 읽어볼 예정입니다.

(4.5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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