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맙소사. 주제가 없는 글쓰기라니. 주제 있는 글쓰기가 어려웠다. 근데 없다니 없는 대로 어렵다. 뭘 써야 하나? 가장 많이 쓰는 글은 일기인데 일기를 쓸 수도 없고 참. 아니다. 그냥 일기를 써야겠다. 마침 오늘 인상 깊은 한 장면이 있었다.
가게 앞. 간밤에 누군가 버리고 간 쓰레기와 낙엽을 대충 치우는데 차가 '슝-' 한대 지나간다. 적당한 크기의 대신택배 트럭. 조수석에는 아이들이 타고 있었다. 내게도 비슷한 추억이 있다. 어릴 적 아빠는 10톤 트럭의 운전일을 했다. 사실 몇 톤인진 모르겠으나 정말 컸다. 아주. 많이. 밤낮 없고 평일 주말의 구분이 없는 직업이었기에 아빠를 마주하기 어려웠다. 그만큼 아빠가 어려웠다. 그럼에도 지금 그 시절을 떠올리면 가장 강하게 남은 추억은, 그 10톤 트럭 운전석 뒤 공간에 삼남매가 옹기종기 들어가 여행했던 것이었다. 방학 때마다 다섯 식구는 트럭에 몸을 싣고 전국을 돌아다녔다. 터널을 지날 땐 숨을 참는 놀이를 하고, 해가 쨍하면 도로 바깥의 식물 이름 맞추기를 하던 때. 유년 시절 기억 중 가장 선명한 그때. 그 추억으로 지금을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 대신택배 차에 몸을 싣고 가던 아이들도 훗날 그 기억을 떠올릴까?

(3.0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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