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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애주가입니다. 저희 집안은 삼대째 '술고래' 집안입니다. 할아버지부터 아버지, 어머니 모두 술을 좋아합니다. 저도 원래부터 음주를 즐겼습니다. 일을 하고, 혼자 살기 시작한 후로부턴 마시는 빈도가 더 늘어났습니다. 숙취로 골골대도 며칠 뒤면 또 술을 찾았습니다. 소주, 맥주, 위스키, 와인, 탁주 등 주종도 가리지 않았습니다.
운이 좋게도(?) 여태껏 큰 말썽을 피운 적은 없었습니다. 다만 술을 찾는 날들이 많아지다 보니 정신이 조금 피폐해졌습니다. 체력에도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건강검진에서 '절주' 요망을 받았습니다. 아, 이렇게 살면 일찍 죽겠구나 싶었습니다. 음주 대신 즐길 수 있는 취미를 찾았습니다. 독서, 그림 그리기, 연예인 덕질, 전시 및 공연 감상. 종류도 다양했습니다. 그런데 무언가 허전했습니다. 원인을 찾았습니다. 정작 '나'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은 없었습니다. 군중 속의 고독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알게 된 게 '모각글'입니다. 평소 글 쓰는 걸 즐기는 편이긴 했습니다. 하지만 내 생각과, 감상과, 가치관과, 인생을 담은 글은 쓴 적이 드물었습니다. 어쩌면 이 모임이라면, '나'에 대해 알아갈 수 있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공지가 뜨자마자 바로 신청했습니다. 매일 미션을 완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거,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척척 써내는 것 같은데, 저는 어려웠습니다. 어떤 주제는 몇 시간 동안 소재를 고민한 적도 있었습니다. 평소 '나'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떻게 잘 풀리긴 했는지, 벌써 20일째 미션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쉽지 않긴 합니다. 그런데 즐겁습니다. 글쓰기는 정적인 행위라 합니다. 이상하게도 모각글에서 글을 쓸 땐 도파민이 돕니다. '게임'을 하나씩 클리어하는 느낌입니다. 오히려 쉽지 않은 과정이기에 성장한 것 같기도 합니다. 글감을 찾기 위한 욕심으로 매 순간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메모했습니다. 전보다 나와 가까워진 느낌입니다. 앞으로도 음주 대신 이런 '게임'들을 즐겨볼까 합니다.
모각글을 주최해 준 크리스께 감사의 인사를 남깁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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