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정하기

저는 가을, 겨울이 오는 게 무서웠어요. 지난 몇 년간 썩 좋은 기억이 없었거든요. 매년 비슷한 시기에 소중하게 여겨온 무언가를 잃었어요. 타인이 될 때도, 나 자신이 될 때도 있었어요. 누구나 이런 딜레마쯤은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 저는 뭐가 그렇게 심각했는지 모르겠어요. "아, 또 '그 시기'야. 괴로워. 괴로워. 괴로워." 하며 고통에서 허덕여왔어요. 스스로 만든 굴레에 빠져서 좀체 일어나질 못했어요. 허파를 찔러대던 찬바람에 표정도 감정도 없이 고개만 푹 숙이고 다녔어요. 왜 항상 한 해의 끝이 이런지 슬프기만 했거든요. 올해는 끊어내고 싶었어요. 그래서 새해가 순간부터, 큰 달이 뜰 때면 간절하게 빌었어요. 올해는 제발 따뜻한 연말을 보내게 해달라고요. 정말 다행인 게요, 달님이 소원을 들어준 거 같아요. 가을에 단풍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는데, 처음으로 단풍이 이렇게 예쁜지 알았어요. 겨울에는 어둠이 길어서 싫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해가 반겨줘요. 언제나 일렁이던 슬픔이 먼 길을 가준 것 같아요. 별거라 생각했는데, 별거 아니었네요. 고마워요.

(2.7매)

2

0

이전글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