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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고
오줌이 마려운데 말을 끊지 못해서 참은 지 한 시간째다. 평소 얘기를 별로 하지 않는 네가 겨우겨우 말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카페를 나서며 허둥지둥 화장실을 다녀왔다. 저녁 시간이 다가와서 어떤 걸 먹고 싶은지 물었더니 아무거나 괜찮다고 양손을 젓는다. 정말, 제발, 원하는 걸 말해달라고 애원해도 괜찮다기에 국숫집을 골랐다. 국숫집 미닫이문 앞에 섰는데 네가 말한다.
"사실 국수 별로 안 좋아해…."
잡히지 않는다. 교묘하게 피한다. 애매한 답을 파헤친다. 실패다. 입장을 뒤집어 엎는다. 나라면, 아니 너라면, 온갖 경우의 수와 대화 시도로 속은 어지를 대로 어질러졌다. 작정한 이의 속내를 알아낼 방법이 없다.
포기하긴 노력해 온 게 아쉬워서, 구슬리고 화를 퍼부어도, 소용이 없다. 뭐랄까, 착한 척이라 해야 하나, 생각해 본 척, 상처받은 척, 이해하려는 척. 한두 번이 아니다. 나와 네가 있지만, 너에게는 너뿐이다. 더 이상 마주할 수 없다. 네 앞에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못 미더워졌다. 나와 너를 위해 그만하기로 한다.
미간에 힘을 풀었다. 인사도 건넸다. 대신 더 궁금하지 않다.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다.
인간은 많다, 참으로. 지나쳐도 또 다른 모양새로 만나거나 처음 만나도 비슷한 상황에 놓인다. 다시 내가 흐릿해질까 주춤댄다. 어느새 조금씩 또 가까워졌다. 다를까 했나 보다. 그럴 리가 없다. 또 잡히지 않는다.
태세를 바꾼다. 손을 뻗지 않는다. 다가오면 주저하고, 슬쩍 피하고, 어렴풋하게 대답한다.
귀찮고, 버겁다.
진이 빠져 잠자리에 들 준비나 한다. 양치를 하려 거울에 섰는데, 무표정한 것이 심보가 비슷해졌나 보다. 이제 조금 이해를 해야 하려나.
나처럼 치사하고, 나보다 조심성이 없는 너들을 어떻게 싫어하지 않을 수 있을까.
우리가 서로를 위해 주춤대고 스멀대다 경계가 옅어질 수 있다면, 다음으로 서로가 더 짙어질 수 있다면. 기대를 저버리는 방법을 배운 적이 없다. 내 속에 것을 길어내고 또 퍼다 나른다.
네가 잡히지 않는 이유는 내가 없기 때문이다.
너를 싫어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나를 좋아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나 하나도 버겁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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