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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릿속엔 떠도는 생각들이 많다. 소위 쓸데없는 공상, 좋게 말해 상상. 가끔은 그런 생각들을 글로 잘 표현해 보면 좋을 텐데..라고 생각해 보지만 쉽지만은 않다. 얼마 전 회사 가는 길 산머리에 걸쳐진 파도 모양의 구름을 보았다. (나는 매일 출근길 산과 구름의 모양을 관찰한다.) 그 구름은 슬로우모션으로 산을 넘어가려 애를 쓰고 있었다. 구름이긴 하지만 자신이 파도라고 최면을 건듯이 아주 천천히 산을 넘어가는 그 모습을 보면서 ‘저런 걸 모티프로 시를 잘 쓰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을 했었다. 생각만 하고 시는 쓰지 못했다. 평소 시를 읽지 않는 내가 시를 쓴다는 자체가 준비 부족이다.
나는 책을 읽다가 한 작가에게 꽂히면 도서관에 있는 모든 도서들을 빌려서 본다. 한 작가의 책만 계속해서 읽다 보면 내 머릿속 생각의 문체들이 그 작가와 유사해짐을 알게 된다. 인간의 상상력은 뇌 속에 저장된 기억을 인출하여 재포장 된 것임을 고려하면, 모든 예술의 결과물은 표절에 가까운 그 무엇이리라. 아무튼 책을 많이 읽다 보면 이상하게 쓰고 싶어진다. 그래서 일기를 쓰기는 하지만 하루하루 먹고살기 힘든 노동자인 나는 그냥 자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번 유락의 글쓰기 시도는 나에게 시련을 줄지도 모른다. 하지만 새로운 문을 열어줄지도 모른다. 상상으로만 떠도는 내 생각들을 잘 정리해서 잘 쓰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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